“단속에 걸렸는데 담보금을 언제까지 낼 수 있나.” 22일 오전 7시 20분경 전남 신안군 홍도 북서쪽 32km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무허가 조업을 하다 목포해경 1509함 단속에 걸린 중국 산둥(山東) 성 선적 유자망 817호(45t) 선장 A 씨는 위성전화로 다급하게 중국 현지에 있는 선주 B 씨를 찾았다. 이 어선에는 불법 어획된 조기 3t이 실려 있었다. B 씨는 “담보금 4000만 원을 바로 보낼 테니 기다려라”고 한 뒤 한국에 있는 중국인 조선족 C 씨 계좌로 곧바로 송금했다. C 씨가 이날 오후 2시경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담보금을 납부하자 해경은 곧바로 817호를 해상에서 풀어줬다.
서해바다 한국 측 EEZ 내에서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갈수록 시스템화하고 있다. 불법 조업을 작정하고 출항할 때부터 한국 해경에 붙잡혀 담보금을 내고 풀려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신속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27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측 EEZ에서 나포한 불법 조업 중국어선 124척 가운데 97척(78%)이 24시간 안에 담보금을 납부하고 풀려났다. 지난해까지만 29%에 불과했던 단속 당일 납부율이 크게 올라간 것. 24시간 안에 담보금을 내면 어선을 항구로 예인하지 않고 해상에서 곧바로 풀어주는 한국 해경 지침을 중국 어선들이 되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장덕종 전남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중국 어선의 한국 측 EEZ 내에서의 불법 조업이 중국에서 이미 큰 수익을 내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새로운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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