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장 집무실 모든 대화 기록 남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서울시 ‘史官제’ 도입
일각선 “더 눈치 보여…”

최근 서울시장 집무실에 들어가 업무 보고를 하는 서울시 직원들은 낯선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곁에 앉아 보고 내용을 노트북으로 받아 치는 여직원이 항상 앉아 있어서다. 이 여직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기록비서관’. 시장 집무실에서 이뤄지는 회의나 면담 내용을 모두 기록하는 ‘사관(史官)’ 역할이다.

24일 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약 2주 전부터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나 회의를 비롯해 공식, 비공식 면담을 할 때 오모 주무관을 배석시켜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오 주무관은 집무실에 마련된 자신의 책상에서 노트북과 녹음기를 이용해 시장과 직원, 외부 인사의 발언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외부 일정 발언은 따로 기록하지 않는다.

시 공무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고 내용이 기록으로 남겨지게 돼 책임감이 막중해졌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괜히 문제가 될까 봐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발언을 주저하게 됐다는 것. 한 간부는 “최근 집무실에서 모든 내용이 기록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는 보고하기 전에 한 번 더 내용을 검토하게 됐다”며 “더 꼼꼼하게 일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간부는 “눈치가 보여 오히려 말을 아끼게 됐다”며 “시장이 자유스러운 토론 분위기를 유도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생각을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 주무관은 자신에 대한 관심에 부담을 느끼며 인터뷰나 사진 촬영 등을 거부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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