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장 집무실에 들어가 업무 보고를 하는 서울시 직원들은 낯선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곁에 앉아 보고 내용을 노트북으로 받아 치는 여직원이 항상 앉아 있어서다. 이 여직원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기록비서관’. 시장 집무실에서 이뤄지는 회의나 면담 내용을 모두 기록하는 ‘사관(史官)’ 역할이다.
24일 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약 2주 전부터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나 회의를 비롯해 공식, 비공식 면담을 할 때 오모 주무관을 배석시켜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오 주무관은 집무실에 마련된 자신의 책상에서 노트북과 녹음기를 이용해 시장과 직원, 외부 인사의 발언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외부 일정 발언은 따로 기록하지 않는다.
시 공무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고 내용이 기록으로 남겨지게 돼 책임감이 막중해졌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괜히 문제가 될까 봐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발언을 주저하게 됐다는 것. 한 간부는 “최근 집무실에서 모든 내용이 기록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는 보고하기 전에 한 번 더 내용을 검토하게 됐다”며 “더 꼼꼼하게 일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간부는 “눈치가 보여 오히려 말을 아끼게 됐다”며 “시장이 자유스러운 토론 분위기를 유도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생각을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 주무관은 자신에 대한 관심에 부담을 느끼며 인터뷰나 사진 촬영 등을 거부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