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중 해병대 동반입대 쌍둥이 “이젠 우리가 나라지킬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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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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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도발소식 듣고 귀국… 北과 6km거리 말도서 근무

서부 최전선인 말도를 지키는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 쌍둥이 형제 정도현(왼쪽), 재현 이병. 해병대 제공
서부 최전선인 말도를 지키는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 쌍둥이 형제 정도현(왼쪽), 재현 이병. 해병대 제공
미국 명문대에 다니던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소식을 접한 뒤 해병대에 함께 입대했다. 해병 2사단 정도현, 재현 이병(21)은 지난달부터 인천항에서 서북쪽으로 45km 떨어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말도는 해병 2사단 소속 부대의 주둔지 중 가장 서쪽에 있다. 민간인 10여 명이 거주하는 면적 1.5km²의 작은 섬으로 북한에서 불과 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북한 주민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들 형제는 군 보직도 같아 적외선으로 물체 움직임을 관측하는 장비인 열상감시장비(TOD)를 다루고 있다.

정 이병 형제는 민족사관고 유학반 출신으로 올해 6월까지도 형 도현 씨는 미국 코넬대 기계공학과, 동생 재현 씨는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다녔다. 이들 형제는 석사학위 등을 끝내면 방위산업체 직원이나 통역장교로 복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현 씨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도발 소식을 접한 뒤 형에게 “미국의 이스라엘 유학생들은 중동전쟁이 발생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함께 입대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도현 씨는 “나라가 어려울 때 솔선수범하자”며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연평도 도발 당시 북한의 공격을 받고 반격에 나선 해병대에 자원했다. 경북 포항시 해병대 신병교육대에서 7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형제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직계가족 복무부대 지원병제’에 따라 함께 말도에 왔다.

두 형제는 “최전방에서 근무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우리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대신 나라를 지켰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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