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분리론자가 건보공단 맡는다… 靑, 김종대 이사장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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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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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통합을 반대했던 ‘장본인’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청와대는 1999년 당시 건강보험의 재정통합을 반대했던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사진)을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즉각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려는 음모다”라며 반발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건강보험 지역가입과 직장가입을 통합하려고 할 때 반대했던 이유는 모든 가입자가 만족할 만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만들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나고 있는 게 사실인 만큼 투명한 부과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과 재산형태가 다양한 사람들을 한군데에 몰아넣다 보니, 편법을 쓰는 사람들이 덜 내게끔 되어 있다는 것.

김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직장가입자는 총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지역가입자는 재산이나 자동차 또는 전월세를 부과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직장가입자들은 “자영업자가 소득을 속여서 적게 내고, 유리지갑인 직장인들만 많이 낸다”고 불평하고 지역가입자들은 “지역가입자들만 피부양자 제도가 없다”고 반발했다는 게 김 이사장의 해명이다. 김 이사장은 “가다가 아닌 길이라고 생각될 때는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기준에 손을 댈 것이란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취임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김 이사장이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현재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하려는 음모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김 이사장이 2009년 2월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의 출판기념회 초청강연에서 “(건보 재정통합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건보 통합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김 이사장이 현재의 건강보험 틀을 깨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이 김 이사장의 서류를 대신 접수시킨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손 차관은 “사무관 시절 국장으로 모셨던 분이라 예의상 대신 보낸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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