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금연공원이라고 지정해놓고 별도의 흡연구역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금연 전도사’로 통하는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의 항의 공문을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즉각 이같이 결정했다.
박 교수는 1일 자신이 대표인 ‘한국 담배 제조 및 매매금지 추진운동본부’ 명의로 시에 공문을 보내 흡연구역 설치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박 시장은 이 사실을 보고받은 후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고 5일 박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흡연구역 설치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18일 금연공원으로 지정된 20개 공원 중 ‘북서울 꿈의 숲’ 등 15개 공원에 흡연구역 34곳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연공원을 지정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던 터라 금연정책이 역주행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시의 흡연구역 설치 발표 이후 새 시장으로 박 시장이 당선되자 항의 공문을 보냈다. 박 교수는 공문을 통해 “금연공원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은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해 금연공원을 만든 원칙에 위배된다”며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지정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천장이 뚫려 있는 개방형 흡연구역 설치에 대해 “금연공원 지정의 의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항의 공문 내용에 공감하며 박 교수와 전화로 시 금연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소통을 중시하는 시장답게 열린 자세로 비판 의견을 수용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박 교수는 국립의료원 안에서 민주노총 간부들이 원정시위를 벌인 데 책임을 지고 9월 국립의료원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박 교수는 지난달 18일 추진운동본부를 결성해 금연을 위한 학술활동과 범국민 서명운동,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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