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원이 좋아요’ 외쳐라” 세뇌… “나가면 엄청 고생할 것” 협박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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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학교, 원생들에 교육… 대책위, 학부모 증언 확보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됐던 광주 인화학교와 인화원(청각·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학생과 원생들을 상대로 퇴소를 막기 위해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인화학교 학부모에게서 이 같은 증언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대책위는 최근 광주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만간 실시할 직권조사 과정에서 회유 및 협박 정황에 따른 인권탄압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찬동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달 초 인화학교의 A 교사가 한 학생의 집을 찾아가 울면서 전학을 가지 말라며 애원했다는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A 교사는 법인 측의 요구에 따라 학생 전학을 막으려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현재 우석 측이 인화학교 재학생 22명의 학부모가 전학을 결정하자 회유와 협박을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화학교 재학생은 12월 1일까지 전원 전학할 예정이다.

우석은 그 대신 가족이 없는 인화원 원생을 대상으로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고 대책위가 추가로 폭로했다. 인화원 원생 57명(인화학교 학생 7명 포함) 가운데 42명은 가족이 없다. 대책위는 인화원 직원들이 원생들에게 “인화원이 좋아요”라고 외치도록 주입식 교육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 그래도 여기가 좋다”며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또 원생들이 “인화원 밖으로 나가면 엄청 고생할 것”이라는 말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인 원생들 처지에서는 “고생할 것”이라는 말 자체에 위기감을 느껴 인권위 직권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석 관계자는 “원생들을 상대로 회유 및 협박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며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음해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광주시교육청과 광주 광산구는 21일까지 우석에 대한 청문절차를 거쳐 인화학교 위탁지정 취소와 인화원 시설을 폐쇄한 후 우석의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하지만 우석 측은 15일 법인 직원들을 모아 놓고 광주시교육청과 광산구를 상대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 하남시 특수학교법인 K학원은 이사회를 열어 법인 소속 S학교 교장 이모 씨(58·여)에게 권고사직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 교장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사건 당사자 김모 교장(사망)의 후임을 맡아 2007년경 인화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던 제자들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학부모와 누리꾼의 비판을 받아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하남=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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