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행 제일2상호저축은행장 압수수색 중 투신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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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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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죗값은 내가…” 비극으로 끝난 저축銀 평사원 신화

투신현장 조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에서 정구행 행장이 옥상에서 투신자살해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불법·부실대출 등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정부 합동수사단은 이날 오전 해당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투신현장 조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에서 정구행 행장이 옥상에서 투신자살해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불법·부실대출 등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한 정부 합동수사단은 이날 오전 해당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행원에서 시작해 19년 만에 은행장까지 오른 한 남자의 인생이 결국 투신자살로 끝을 맺었다.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검찰의 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제일2상호저축은행 정구행 은행장(50)이 23일 정오경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 이 저축은행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 신입행원에서 은행장까지

대전상고와 한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행장은 25년 전인 1986년 제일저축은행 장충동 본점 영업부 행원으로 입사했다. 2002년에는 자회사인 제이원저축은행(현 제일2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남대문, 테헤란로 지점장을 지낸 뒤 2005년 12월 대표에 올랐다. 제이원저축은행은 제일상호신용금고(현 제일저축은행)가 1999년 인수한 일은상호신용금고가 모태로, 정 행장 취임 후인 2006년 제일2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주변에서는 정 행장이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영업 관련부서를 두루 거치며 영업통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입사 동기 중 승진이 가장 빨랐다고 전했다. 특히 대주주인 유동천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정 행장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19년 만인 2005년 은행장까지 올랐다.

○ “죗값은 제가 받겠다”며 투신

정 행장은 이날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도중 건물 6층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장은 투신 직전 건물 3층의 박모 이사 방에 들러 “지갑 속에 뭔가 적어뒀으니 보라”고 말한 뒤 옥상에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검찰은 2층을 압수수색 중이었다.

3층 행장실에 있던 정 행장 양복 상의에서는 “현재 매각 관련 실사를 3곳에서 하는 상태다. 실사가 정상으로 이뤄져도 영업정지 후 자력 회생한 전례가 없다 보니 기관별 협의가 제시간 안에 끝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저희도 후순위채 5000만 원 초과 예금 고객이 있다. 관계 기관의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죗값은 제가 받겠다”고 자필로 쓴 편지가 발견됐다. 정 행장은 투신 직전 박 이사와의 통화에서 “매각 절차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제일2저축은행은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7개 저축은행 가운데 하나다. 정 행장이 투신자살한 23일 오전 검찰은 제일2저축은행 외에도 토마토저축은행과 프라임저축은행 등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불법대출과 대주주의 비리 등 저축은행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 잇단 악재에 심리적 압박 느낀 듯

업계에서는 정 행장이 불법대출 등 비리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여·수신은 보통 모회사 결정을 따르는 데다 정 행장은 아직 전무급이라 중요 의사결정에 발언권이 그다지 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일저축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은 검찰 소환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5월부터 제일저축은행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제일2저축은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제일저축은행이 제일2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한 데 따른 스트레스는 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일2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정 행장은 육군 학사장교 출신으로 강직한 성품이었다”며 “최근 영업정지와 이날 압수수색 등 악재가 겹쳤고 25년간 관리해온 단골 고객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견딜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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