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아이 먹이려” 삼겹살 훔친 30대 주부… “고기 보내주고 싶다” 전국에서 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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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추석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돼지고기 삼겹살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힌 30대 주부에게 훈훈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A 씨(35)는 11일 전북 전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 3.5kg(7만 원 상당)을 가방 속에 숨겨서 나오다 직원에게 발각됐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생활고를 겪던 A 씨가 고기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물건에 손을 댔던 것. 경찰은 범행 액수가 적고 초범인 점을 감안해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고기를 보내고 싶은데 주소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경찰에 잇따랐다. 문의자들은 “다시 힘을 내 떳떳한 엄마가 되길 바란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테니 아이들을 생각해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주부 정모 씨(29)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났다. 고기를 보내주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42)도 “나도 아이를 기르는데 기사를 보며 왠지 눈물이 났다. 배를 곯았던 적이 많아 그 고통을 잘 안다”며 돕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분들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지만 A 씨가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도움 받는 것을 원치 않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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