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경회루 깨운 풍악에… 연못가 능수버들도 어깨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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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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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악 시범 향연에 관객 탄성… 내달 15일 유료 공연 열기로

17일 오후 서울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띄운 나룻배에서 인간문화재 안숙선 씨가 심청가 중 뱃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열린 공연 ‘경회루 연향’은 전통 가무악이 어우러져 700여 관객을 매료시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7일 오후 서울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띄운 나룻배에서 인간문화재 안숙선 씨가 심청가 중 뱃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열린 공연 ‘경회루 연향’은 전통 가무악이 어우러져 700여 관객을 매료시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7일 오후 8시 서울 경복궁 경회루(국보 224호). 나각(螺角)과 나발의 장엄한 소리가 누각 2층에서 울려 퍼지면서 경복궁의 어둠을 깨웠다. 경회루 1층 돌기둥 사이로 무용수들이 줄지어 나타나 질서정연하게 일무(佾舞)를 추기 시작했다. 일무는 종묘제례나 문묘제례 때 여러 줄로 벌려 서서 추는 춤이다. 일무가 끝나갈 즈음 청아하고 산뜻한 대금 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경회루 연못 서편의 작은 섬에서 인간문화재 이생강 씨가 연주하는 대금 소리였다.

이날 경복궁 경회루와 주변 연못 일대에서는 1시간 동안 전통 가무악(歌舞樂)의 향연이 펼쳐졌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살아 숨쉬는 궁궐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한 ‘경회루 연향(宴饗)’이다. 지난해엔 경회루 누각 2층 내부에서 공연했으나 올해엔 경회루 1, 2층과 연못 일대를 모두 배경으로 삼아 공연을 새롭게 꾸몄다.

객석은 경회루 정면 연못가에 마련했다. 어둠을 뚫고 경회루 뒤쪽으로 북악이 우뚝 솟았고 동쪽으로는 근정전과 전각들의 지붕선이 겹겹으로 이어졌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경회루 연못가의 능수버들이 조심스레 흩날렸다.

대금산조가 끝나자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궁중 정재, 생동감 넘치는 오고무(五鼓舞)가 이어졌다. 공연이 무르익어 갈 무렵, 연못에 나룻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판소리 심청가 중 뱃노래가 들렸다. 인간문화재 안숙선 씨였다. 예상치 못한 경회루 선상 공연에 700여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시범 초청행사였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10월 15일 오후 8시 유료 공연을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공연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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