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7000명 울린 ‘태양광 테마株’… 위장수출 519억 빼돌리고 상장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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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세미테크 대표 해외 도피

코스닥 상장기업인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하더라도 잘나가는 반도체 및 태양광업체였다. 다른 업체와의 합병을 통해 2009년 10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뒤 이 회사 주식은 주당 1만7900원까지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26위(4083억 원)에 이르는 등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7000여 명의 소액주주에게 4000억 원의 피해를 입히고 상장 11개월 만인 그해 8월 상장폐지됐다. 금융감독기관의 부실한 회계감사와 허술한 감독도 문제가 됐다.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은 이 회사 전 대표 오모 씨(50)와 수출입담당 부장 이모 씨(40·여)의 횡령 등 범죄행각 때문이었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상품가치가 없는 불량 실리콘과 반도체의 얇은 판인 웨이퍼 등을 홍콩의 유령회사와 수출입하며 거액의 자금을 홍콩으로 빼돌린 오 씨 등 2명을 적발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52억 원어치의 웨이퍼를 세관에 수입신고 없이 빼돌려 시중에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오 씨 등은 2007년 친인척 명의로 홍콩에 유령회사 3곳을 차려놓고 그해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75회에 걸쳐 유령회사와 실리콘, 웨이퍼를 수출입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유령회사와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일명 ‘뺑뺑이 무역’으로 2000억 원대의 위장 수출입을 정상적인 무역거래로 탈바꿈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불량 물품의 가격을 임의로 책정해 519억 원을 유령회사의 홍콩 비밀계좌로 빼돌렸다. 뺑뺑이 무역으로 부풀려진 매출액은 재무제표에 반영돼 허위 공시됐고 코스닥에 상장되자 ‘태양광 테마주’로 각광받으면서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승하는 주가를 보고 투자한 ‘개미’들은 분식회계를 비롯한 회사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결국 깡통을 차게 됐다.

직원 250여 명의 네오세미테크는 현재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하지만 오 씨는 지난해 8월 마카오로 잠적했으며 가족들도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캐나다로 도피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당시 이 회사의 매출 중 정상거래는 30% 수준에 불과하고 70%가 허위로 이뤄졌다”며 “해외수사 공조를 통해 해외로 도피한 오 씨를 검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관은 다른 업체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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