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어두운 보름달’… 산사태 피해 전원마을 주민 임시대피소서 쓸쓸한 추석

  • Array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반지하 장판 밑엔 아직도… 7월 말 집중호우 때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를 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이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8일로 피해가 발생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이 마을의 한 반지하 가정에서는 바닥에서 계속 물이 올라와 새로 깐 장판 밑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반지하 장판 밑엔 아직도… 7월 말 집중호우 때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를 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이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8일로 피해가 발생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이 마을의 한 반지하 가정에서는 바닥에서 계속 물이 올라와 새로 깐 장판 밑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54호 지하방. 7월 말 집중호우로 발생한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집을 잃은 주민들의 임시 대피소다. 지금까지 거처를 찾지 못한 주민 10여 명이 이곳에서 지낸다.

전원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2층 주택이 산 아래 들어선 그림 같은 마을이지만 주택 아래 지하방에는 세입자들이 싼 월세방을 임차해서 살고 있다. 이들이 이번 산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66m²(약 20평) 규모의 이 지하방은 일반 주택 지하층을 동주민센터가 한 달 임차료를 내고 빌린 곳. 벌써 세 번째 대피소다. 마을회관과 교회에서 지내다 인근 학교로 갔다가 개학한 뒤 다시 이곳으로 옮겼다. 그나마도 추석 연휴가 끝난 14일이면 계약기간이 끝나 비워줘야 한다.

집이 어느 정도 수리돼 돌아간 주민들도 대부분 이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방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세간이라고는 냉장고뿐인 집에서 생활하는 주민 김모 씨(54)는 “장손인데 제사상이며 제기가 모두 망가진 데다 상 차릴 돈도 없다”며 “친척들이 찾아온다는데 말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가구별로 100만 원이 전부. 그나마 정부가 재해구호법에 따라 거주지 피해를 본 주민에게 마련해주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경우에는 반환해야 한다. 사망보상금도 사망자가 가구주일 경우 1000만 원, 아닐 경우에는 500만 원 지급된 것이 전부다.

관할 구청인 서초구는 “재해구호법상 정해진 금액만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은 서초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민원서류를 제출하는 한편 구청과 서울시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기쁨이 있었다. 산사태로 한 살배기 둘째 아들을 잃은 송모 씨(43) 가족이 8일 아들을 얻은 것. 산사태 당시 임신 8개월이던 부인 김모 씨(36)는 이날 오전 제왕절개수술을 받고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송 씨는 “이 아이는 이번(산사태) 같은 일이 다시는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며 “처지는 어렵지만 더 열심히 살겠다. 희망은 새로 태어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