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설봉호 잔불 진화작업 ‘군사작전’ 방불

  • 동아일보

출입구 온도만 100도 넘어, 천장 무너지고 차량 엉켜 위험
전복 우려 물 대신 산소 차단

8일 전남 광양항에 입항한 설봉호에서 진화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광양소방서 소방차량.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제공
8일 전남 광양항에 입항한 설봉호에서 진화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광양소방서 소방차량.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제공
6일 전남 여수시 백도 해상에서 불이 난 여객선 설봉호(4166t) 내부 잔불 진화작업이 각종 위험요인 때문에 군사작전처럼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남 광양소방서는 광양항으로 예인된 여객선 설봉호에 질식 소화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질식 소화방식은 설봉호 출입구나 통풍구를 모두 막아 산소 공급을 차단해 불을 끄는 것이다.

광양소방서 현장대응단 30명은 설봉호가 입항한 직후인 7일 내부 진입을 시도했으나 내부 온도가 너무 높아 포기했다. 출입구에서 측정한 온도가 100도를 넘어설 정도로 설봉호 내부가 거대한 가마솥이 됐기 때문이다. 길이 114.5m인 설봉호는 절반 가까이 화마의 피해를 입었다. 2층 객실과 화물칸, 3층 객실이 절반 정도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광양소방서는 잔불을 끄려고 한꺼번에 많은 물을 쏟아 부으면 설봉호가 복원력을 잃고 전복될 소지가 있어 소방용수를 대량 발사하는 것을 포기했다. 고심 끝에 광양소방서는 각종 첨단 화재진압 방식을 포기하고 고전적인 질식 소화방식을 선택했다. 설봉호에 설치된 크고 작은 통풍구 14개와 출입구 4개를 수동으로 작동시키거나 방염포로 싸 밀폐했다.

광양소방서 관계자는 “설봉호 내부 천장이 무너지고 차량들이 뒤엉켜 있는 데다 열기마저 뜨거워 10m도 전진하기 힘들다”며 “각종 위험요소가 많아 진화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 등은 설봉호 잔불 진화작업이 끝난 뒤인 14, 15일경 현장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해경은 승객과 승무원 130명이 기적적으로 무사히 구조된 설봉호의 화재 원인이 전기누전, 실화, 화물 자연발화 등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