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행잎으로 정화조 모기 퇴치… “年 7000만원 예산절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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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보건소 “100% 박멸”

서울 강남구보건소 장순식 팀장(55)은 여름철마다 극성인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고온의 증기를 내뿜어 모기 유충을 쪄서 죽여 보기도 했고, 초음파를 사용해 보기도 했다. 안 써본 방법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효과가 좋으면 비용 부담이 크고, 저렴하면 효과가 떨어졌다.

장 팀장은 무엇보다 강남구 2만3000여 개의 정화조에 살충제를 뿌리는 데 연간 7000만 원의 예산을 써야 하는 게 아까웠다. 그러다 그는 결국 고향인 경북 칠곡군의 어릴 적 풍경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가 어렸을 적 마을 어귀 커다란 은행나무 주변에는 모기를 비롯한 곤충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 생각난 것이다. ‘혹시 은행잎의 특정 성분이 모기를 쫓는 것 아닐까. 그게 올 4월의 일이다.

당장 물 18L에 모기 유충 1000마리와 함께 네 등분한 은행잎 200g을 양파망에 담아 함께 넣었다. 12시간 뒤 유충이 100% 박멸됐다. 반복된 실내 실험에서 완벽한 효과를 확인한 뒤 정화조에서도 실험을 계속했다.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 10t짜리 정화조에 은행잎 2kg을 넣고 기다리니 48시간 뒤 단 한 마리의 유충도 살아남지 못했다. 보건소 측은 은행잎의 ‘플라보노이드’와 ‘터페노이드’ 성분이 살충 살균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수시로 적당량의 잎을 쓸어 담기만 하면 별 비용 부담 없이 완벽하게 모기 유충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여름철 푸른 잎은 물론 가을 노란 잎도 효과는 같았다. 요즘 강남구의 모기 퇴치 비용은 양파망 구입비 5만 원이 전부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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