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우편함에 놓인 市長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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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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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아름다운 동행 못했습니다… 칭찬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박승호 포항시장 직원에 편지… 시청 안팎 “진솔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여러분과 저는 운명적 동행은 되었는지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동행은 결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일 욕심을 핑계로 여러분과의 소중한 약속을 그르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더욱 소통하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승호 경북 포항시장(55·사진)은 며칠 전 직원 2000여 명에게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편지를 집으로 보냈다. 회신용 봉투도 함께 넣었다. 이 편지는 박 시장이 최근 여름휴가 중 쓴 것으로 8쪽이나 되는 긴 내용이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을 ‘반성의 법정’에 세워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하고 싶다는 심정을 밝혔다. 5년 동안 시장직을 맡으면서 직원들과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행’을 하겠다는 다짐이 흐트러졌다는 반성이 많았다.

그는 “직원들이 업무를 열심히 잘하는 것을 보면서도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주변에서 지적도 많이 받았다”며 “포항 발전이라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뛰었지만 정작 직원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7일 “망설이기도 했지만 편지를 보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의 뜻이 새삼 절실하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편지에 대해 시청 안팎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직원 사이에선 “시장이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있는 반면 “앞으로 어떻게 시정을 이끌어 갈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 직원은 “시장이 포항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일을 너무 일방적이고 다그치는 식으로 추진해 반감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편지에 그런 부분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있어 진솔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한 직원은 “아무리 포항 발전을 위한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는 태도 때문에 등을 돌리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해나가는 분위기가 절실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지를 읽은 직원의 부인은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고민이 많이 담긴 것 같다”며 “포항시가 시민을 위해 더 나은 모습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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