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소중한 만남’ 만들어 꼼꼼히 기록하다… 입학사정관이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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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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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위한 ‘사람 포트폴리오’ 활용 노하우

고교 시절 무작정 e메일을 보내 벤처기업 ㈜바이미닷컴 서정민 대표(오른쪽)와 인연을 맺은 동국대 1학년 최장호 씨.
고교 시절 무작정 e메일을 보내 벤처기업 ㈜바이미닷컴 서정민 대표(오른쪽)와 인연을 맺은 동국대 1학년 최장호 씨.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 진로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관심이 가는 직업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비전은 어떤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진로. 고교생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고 창의적 체험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명확한 진로 설정의 필요성도 더욱 커졌기 때문. 고민이다. 막연한 꿈은 있어도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탓에 무엇을 준비할지, 어떤 전공이나 활동이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럴 땐? ‘사람’을 만나라! 나의 꿈을 이미 이룬 직업인을 직접 만나면 진로에 관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데다 소중한 만남의 경험을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대학입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여기,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확고히 다지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선배 두 명이 있다.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최장호 씨(19)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1학년 김서연 씨(19·여)가 그 주인공. 이들에게서 직업인과의 만남부터 이 만남을 기록하고 대입에 활용하는 방법까지, ‘사람 포트폴리오’ 작성 노하우를 샅샅이 들어보자.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내 꿈을 이미 이룬 직업인을 만나고 싶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무작정 e메일을 보내보자. 고교생의 순수한 열정을 솔직하고 용감하게 드러낸다면 바쁜 그들에게서도 의외로 쉽게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고2 때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최 씨. 그는 한 청소년 창업교육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강사 명단을 발견했다. 명단엔 강사들의 프로필과 e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최 씨는 모든 강사에게 ‘기업가가 되는 게 꿈인데 어떻게 창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벤처기업 ㈜바이미닷컴 서정민 대표로부터 답장이 왔다. ‘어린 나이에 벌써 창업을 생각하다니 기특하다. 창업은 시간적 여유가 많고 실패 부담이 작은 젊은 나이에 도전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었다.

최 씨는 “꾸준히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는지, 지금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고등학교 땐 어떤 학생이었는지 등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면서 “이런 경험은 정보기술(IT) 기업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진행하는 캠프,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알게 된 분들과도 e메일을 주고받거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먼저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인연을 맺으며 발전적으로 진로를 탐색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사진과 함께 기록하라!

고3 때 방송 구성작가를 만난 경험을 사진과 함께 포트폴리오로 기록한 숙명여대 1학년 김서연 씨.
고3 때 방송 구성작가를 만난 경험을 사진과 함께 포트폴리오로 기록한 숙명여대 1학년 김서연 씨.
만남을 1회성 이벤트로 끝내기엔 아깝다. 이때 나눈 소중한 이야기를 포트폴리오로 기록해두면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꿈을 품은 것뿐만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한 과정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

방송프로그램 구성작가가 꿈인 김 씨는 고3 여름방학 때 대전 KBS 구성작가를 만난 내용을 입학사정관전형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다. 인터넷이나 책에선 볼 수 없는 구성작가의 생생한 일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 싶었던 김 씨. 그는 구성작가를 만나기 전 질문지를 준비해 △구성작가의 구체적인 업무과정 △담당 프로그램 △구성작가가 되기 위해 진학하면 좋은 학과 △입사 절차 △힘들 때와 보람을 느끼는 순간 등을 두고 인터뷰했다.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막연하게 알던 부분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어요. 구성작가가 되기 위해서 꼭 방송 관련 학과에 진학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제일 인상 깊었죠. 프로그램에 따라 PD와 작가의 업무 분담이 달라진다는 이야기, 배경음악은 음향팀이 전적으로 담당한다는 이야기도 새로웠어요.”(김 씨)

김 씨는 이때의 인터뷰를 대화 형식의 포트폴리오로 정리했다. 특히 인터뷰를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자세히 적었다. 만남 전의 설렘, 만난 후 느낀 점을 추가로 적으며 꿈을 향한 진지한 고민도 담았다. “대학을 졸업하면 꼭 방송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구성작가의 말에 꿈을 이루고 싶은 자신의 열망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어필하며 마무리했다.

작가와 함께 찍은 사진도 첨부했다. 이런 이미지는 실제로 그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 김 씨는 “입학사정관전형 면접에서 구성작가를 만나게 된 과정과 만남의 순간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답변할 때 구성작가와의 만남에서 알게 된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꾸준한 연락으로 관계를 발전시켜라!

한 번 인연을 맺은 인물과는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로 고민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상담을 요청할 인생의 멘터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인연을 이어나갈까.

최 씨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서 대표의 소식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성공한 젊은 기업가들을 다룬 책 ‘청년 기업가 정신’에서 서 대표의 창업 성공 스토리를 읽고선 느낀 점을 e메일로 보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서 대표의 기사를 발견하면 ‘잘 봤다’는 말을 꼭 전했다. 서 대표가 서적이나 관련 사이트를 추천하면 꼭 찾아본 뒤에 감사를 표시했다.

최 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 서 대표를 직접 만나기도 하며 인생 멘터이자 형 같은 사이로 지내게 됐다”면서 “어떤 이득이나 컨설팅을 바라기보다는 학생으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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