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高 취업률 높이려 ‘대입 특별전형 폐지’ 내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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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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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진학 길 왜 막나” 반발
교과부에 ‘폐지 철회’ 질의서

교육 당국이 특성화고(옛 전문계고·실업계고)가 취업에 전념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대입 특성화고 동일계열 특별전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특성화고 학부모와 교장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고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최근 내놓은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특성화고 학생의 대학 진학을 막는 조치라는 반발이 커지면서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특성화고 학부모 연합회는 29일 교육과학기술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특성화고 동일계열 특별전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 질의서에서 연합회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면 직업 교육이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의 시각은 다르다. 교과부는 특성화고가 진학이 아닌 취업을 해야 하는 곳이라는 전제 아래 직업교육 정책을 펴고 있다. 교과부가 이달 초 마련한 법안은 각 대학이 정원 외로 선발하는 특성화고 동일계열 특별전형 비율을 내년부터 줄여나가 현 중3이 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부터는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그 대신에 정원 외로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확대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장려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단 졸업 후 취업을 해 전문가로 성장한 다음 필요할 때 대학에 진학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부모와 교장들은 특성화고가 ‘실업계고’로 불리던 과거와는 학교 성격이나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들은 질의서에서 “과거 실업계고의 목표는 취업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특성화고의 취지는 적성을 개발하고 전문교과를 학습하는 것”이라며 “전문교과 적성에 따라 대학에 갈 수도 있는데 무조건 취업을 하라는 것은 학생 권리 침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특별전형을 폐지하는 것은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성화고에는 인문계고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많은데 이들의 대학 진학 길이 막히면 저임금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특성화고는 1990년대 말 경제위기 이후 청년 취업률이 낮아지고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지원자가 급감해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특성화고 지원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 정원 외 특성화고 동일계열 특별전형이었다.

교육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부가 직업교육에 관심을 갖고 취업률을 높이려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라며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해서는 안 되며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성화고인 덕수고 이상원 교장은 “은행 몇 군데, 기업 몇 군데에서 고졸을 뽑겠다고 해서 갑자기 특성화고 학생들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졸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문을 닫아버리면 직업교육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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