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과 함께한 시간여행, 美교포 눈가엔 추억 한방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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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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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남-윤형주-김세환 ‘새너제이-LA 공연’ 그 뜨거웠던 현장

25년 전 그 감동 그대로 “틀니가 빠지게 웃어 보자.” 조영남 씨(왼쪽)의 추임새가 흥을 돋웠다. 그와 함께 김세환, 윤형주 씨가 기타를 치며 1970년대 히트 곡을 연달아 부르자 6200석을 빼곡히 메운 관객들은 마음껏 울고 웃었다. 25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세시봉의 첫 미국 공연을 펼쳤던 멤버들은 희끗한 머리로 23일 같은 무대에 올라 비슷한 또래의 관객들을 세시봉 시절로 되돌려놓았다. 오른쪽은 사회자 이상벽 씨. WS엔터테인먼트 제공
25년 전 그 감동 그대로 “틀니가 빠지게 웃어 보자.” 조영남 씨(왼쪽)의 추임새가 흥을 돋웠다. 그와 함께 김세환, 윤형주 씨가 기타를 치며 1970년대 히트 곡을 연달아 부르자 6200석을 빼곡히 메운 관객들은 마음껏 울고 웃었다. 25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세시봉의 첫 미국 공연을 펼쳤던 멤버들은 희끗한 머리로 23일 같은 무대에 올라 비슷한 또래의 관객들을 세시봉 시절로 되돌려놓았다. 오른쪽은 사회자 이상벽 씨. WS엔터테인먼트 제공
입장객 긴 줄 ‘세시봉 친구들’ 공연이 열린 23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 앞에서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입장객 긴 줄 ‘세시봉 친구들’ 공연이 열린 23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 앞에서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알래스카에서 비행기로 5시간 반을 날아왔어요. 그동안 세시봉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국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렸죠. 우리 고등학교 때 유행했던 노래, 그때 그 친구들….”

23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 입구에서 만난 문인출 씨(62·여)에게선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남편과 친구 부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그는 공연을 보러 30년간 살아온 알래스카 땅을 떠나온다는 건 예전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밝게 웃었다.

국내에서 22차례 순회공연을 열었던 ‘세시봉 친구들’이 미국을 찾았다. 22일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23일과 2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모두 3차례 공연을 가졌다.

세시봉 멤버 중 윤형주 씨(64)와 김세환 씨(63)가 참석했고, 송창식 씨(65)를 대신해 조영남 씨(66)가 무대에 섰다.

1만 일을 목표로 매일 방 안을 걸어서 빙빙 도는 운동을 수십 년째 해온 송 씨는 “2000일이 넘게 남았는데 미국 공연을 하면 시차 때문에 운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이번 공연에 불참했다.

6200석 규모의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은 미국 서부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공연장. 아카데미 시상식과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 톱스타들의 공연이 열린 곳이다. 세시봉 멤버들은 25년 전인 1986년에도 이곳 무대에 섰다. 당시엔 원래 세시봉 멤버 셋 외에 조영남 양희은 조동진 이종용 씨도 함께했다. 김세환 씨는 “25년 전 이곳에서 만난 팬들이 30, 40대였는데 이제는 50, 60대가 돼 다시 만났다”며 “함께 늙어가는 팬들과 교감하니 애틋했다”고 전했다.

“오늘은 지난 40년간 충분히 숙성된 노래와 추억을 꺼내볼까 합니다.” 이상벽 씨의 사회로 공연이 시작되고 세 사람이 ‘어제 내린 비’ ‘길가에 앉아서’ 등을 차례로 노래하면서 관객들은 30년 전 세시봉 시절로 빠져들어 갔다. 1970년대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영상과 함께 ‘긴 머리 소녀’가 시작되자 따라 부르다 울먹이는 관객들이 보였다. ‘조개껍질 묶어’ ‘토요일 밤에’ ‘화개장터’는 모두들 박수를 치며 신이 나서 따라 불렀다. “틀니가 빠지게 웃어보자”는 조영남 씨의 추임새가 흥을 돋웠다. 공연 도중에 마이크와 조명의 전원이 3분 정도 끊기는 사고가 있었지만 관객들은 박수로 격려했다.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2시간 반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어서서 “앙코르 앙코르”를 외쳤다.

앙코르 곡 ‘그건 너’를 일어서서 손을 흔들며 따라 부른 김경식 씨(67)는 공연이 끝난 뒤 이민 생활을 시작하던 40년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세시봉에선 팝송이 많이 나왔고 다른 음악다방 르네상스나 아폴로에선 클래식을 많이 틀었죠. 사실 전 르네상스를 더 많이 갔지만, 이 친구들 노래도 참 듣기 좋네요. ‘토요일 밤에’를 이분들 노래로 직접 듣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박송대 씨(69)도 공연의 감동에서 쉽게 빠져나오질 못했다. “먹고살기 위해 이곳으로 왔죠. 이민 생활 내내 세시봉 노래가 힘이 됐어요.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살다 보니 시간이 이만큼 흘렀네요.”

윤형주 씨는 “예전부터 해외에 사는 이들 앞에서 노래하며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이곳 사람들의 목소리에 그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벽 씨는 “우리 음악을 들으러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와 가수들은 앙코르로 준비한 노래를 모두 소화한 뒤 울먹이며 끝인사를 했다.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새너제이·로스앤젤레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송창식이 불참한 이유는 ::

“1만 일을 목표로 매일 방 안을 걸어서 빙빙 도는 운동을 수십 년째 해왔다. 앞으로 2000일 정도 남았는데 미국 공연을 하면 시차 때문에 운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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