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거짓고소 아니냐며 모욕 억울”… 성폭행 피해女 증인출석후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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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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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조서엔 모욕적 발언 없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성폭행 피해자로 공판에 출석했던 20대 여성이 판사의 모욕적인 신문 때문에 억울하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달 2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모텔에서 A 씨(29·여)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1월 1일 중국인 진모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진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진 씨는 2월 1일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진 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하면서 A 씨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A 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A 씨는 출석을 두 차례 거부하다가 지난달 31일 공판에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공판에 나갔더니 담당 판사가 ‘진 씨가 성폭행을 하지 않았는데 무고(誣告)한 것 아니냐’고 추궁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진 씨를 수사했던 담당 검사의 전화번호도 유서에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그런 내용이 있는 것은 맞지만 A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사고 직후 해당 재판부 판사들과 증인 신문 조서를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한 결과 특별히 모욕적인 발언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재판은 피해자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고인이 만나게 된 경위와 범행 당시 상황 등 구체적인 부분의 주장이 엇갈려 재판부가 불가피하게 A 씨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봐야 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증인 신문 조서를 살펴본 결과 ‘무고’ 등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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