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로 공판에 출석했던 20대 여성이 판사의 모욕적인 신문 때문에 억울하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달 2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모텔에서 A 씨(29·여)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1월 1일 중국인 진모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진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진 씨는 2월 1일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진 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하면서 A 씨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A 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A 씨는 출석을 두 차례 거부하다가 지난달 31일 공판에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공판에 나갔더니 담당 판사가 ‘진 씨가 성폭행을 하지 않았는데 무고(誣告)한 것 아니냐’고 추궁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진 씨를 수사했던 담당 검사의 전화번호도 유서에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그런 내용이 있는 것은 맞지만 A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사고 직후 해당 재판부 판사들과 증인 신문 조서를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한 결과 특별히 모욕적인 발언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재판은 피해자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고인이 만나게 된 경위와 범행 당시 상황 등 구체적인 부분의 주장이 엇갈려 재판부가 불가피하게 A 씨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봐야 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증인 신문 조서를 살펴본 결과 ‘무고’ 등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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