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인문계열 상위권 단 하나의 실수도 “Oh,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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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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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나’형 쉽게 출제… 한두 문제만 틀려도 2등급 아래로6월 평가원 모의고사 분석해보니…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모의고사 성적 반 1∼3등이던 인문계열 고3 권모 양(18·서울 강남구). 그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고사를 본 뒤 충격을 받았다. 가채점 결과 원점수는 평소와 비슷했지만 반 등수가 5등가량 떨어졌기 때문. 특히 수리 ‘나’형에서 실수로 세 문제를 틀려 90점을 받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권 양은 “수리 ‘나’형이 너무 쉽게 출제돼 평소 상위권이던 친구들은 물론이고 80점대에 머물던 친구 중 일부도 이번 6월 모의고사 수리 ‘나’형에선 100점을 받았다”면서 “평소 같았으면 90점이라도 최대 1등급까지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2등급도 어려울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수리, 어려워도 문제지만 쉬워도 문제였다. 이번 6월 모의고사가 매우 쉽게 출제되면서, 특히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수리 ‘나’형이 대학합격의 최대 변수가 됐다. 최상위권과 상위권이 중하위권과의 사이에 갖는 점수격차가 크게 줄어, 단 한 번의 실수로 역전당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리 ‘나’형은 문제 난도가 높아 1등급 구분점수(커트라인)가 낮은 데다,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로 인해 상위권과 중하위권 간 점수격차가 다른 영역보다 훨씬 큰 영역. 이런 이유로 평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실수로 한두 문제를 틀리더라도 무난히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큰일이다. 올해부턴 미적분과 통계기본까지 범위에 추가됐지만 이렇게 쉽게 나올 줄이야!

○쉬워진 수리 ‘나’형, 만점 받고도 목표대학 불합격할 수도

11월 치를 수능 실전에서도 수리 ‘나’형이 이번 6월 모의고사와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다면 상위권과 최상위권은 그야말로 살얼음 위를 걷게 되는 운명이다.

㈜타임교육이 운영하는 타임입시학원이 올해 6월 모의고사 가채점 점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리 ‘나’형의 1등급 구분점수(커트라인)는 96점. 이는 평가원이 발표한 지난해 수능 수리 ‘나’형 1등급 구분점수(88점)보다 8점이 높다. 즉, 평소 96점을 받던 최상위권 학생이 한두 문제만 실수해도 2등급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것. 반대로 평소 80점대 후반의 학생이라도 한두 문제만 더 맞히면 1등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최상위권 간 경쟁도 치열해진다. 대부분 입시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6월 모의고사 수리 ‘나’형 만점자 비율은 약 2%. 즉, 수리 ‘나’형에 응시한 학생 51만 명 중 1만 명 이상이 만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수 강남청솔학원 진학상담실장은 “대부분 최상위권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지난해 인문계열 정시모집 선발인원은 2000명 정도”라며 “만약 수능 수리 ‘나’형이 6월 모의고사만큼 쉽게 출제된다면 만점자 중 절반 이상이 목표 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도 없잖다. 대부분의 입시전문가는 “실제 수능 수리 ‘나’형은 이번 6월 모의고사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영역별 만점자가 응시생의 1% 수준이 되도록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는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최상위권, 수리 ‘가’형 도전이 기회 될 수도

결국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반드시 수리 ‘나’형 만점을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 이때 관건은 미적분 문항이다. 이번 모의고사에선 새롭게 추가된 미적분 문항도 교과서 수준으로 평이하게 출제됐지만, 실제 수능에선 이 분야에서 까다로운 한두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 미적분은 자연계열 학생들도 까다로워할 만큼 어려워 개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데다 암기할 공식도 많다.

이번 모의고사 수리 ‘나’형 21번 문제가 대표적.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답을 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방정식을 직접 유도해야 하는 데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흔히 접하지 않았던 삼차함수의 미분법을 적용해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문제였다. 미적분 공식을 확실히 암기해야 할뿐 아니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문제.

이상빈 이투스청솔 수리영역 강사는 “기존 수능 수리 ‘가’형에 자주 출제됐던 유형”이라며 “수리 ‘가’형 기출문제 중 인문계열 미적분 범위에 해당하는 문제만 골라 풀어 보면 ‘나’형 고난도 문항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평소 인문계열 미적분 과목을 심화 학습했던 최상위권이라면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리 ‘가’형에 도전해봄 직하다. 특히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한 인문계열 최상위권이라면 수리 ‘가’형에 응시하는 게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 학과 지원자 중 수리 ‘가’형 응시자에 한해 가산점을 주기 때문. 만약 수리 ‘가’형 백분위 성적 90%(100명 중 10등 이내)를 받는다면 수리 ‘나’형 백분위 성적 100%(100명 중 1등)에 해당할 때와 비슷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일부 입시전문가들은 “수리 ‘가’형의 경우 수리 ‘나’형보다 공부해야 할 분량이 세 배가량 많기 때문에 응시 여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수능 수리 ‘가’형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뒤 수리 ‘가’형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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