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게이트]은진수 前감사위원 이어 정선태 법제처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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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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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수사, 檢출신 향한 檢칼끝

걸음 바쁜 검찰 2일 오후 김준규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임기 2개월을 남긴 김 총장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걸음 바쁜 검찰 2일 오후 김준규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임기 2개월을 남긴 김 총장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법제처장이 되기까지 참 어렵게, 어렵게 올라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선태 법제처장이 부산저축은행그룹 정관계 로비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검찰 수사 내용이 알려진 2일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안타까운 심경을 이같이 말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1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 이어 정 처장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인 윤여성 씨(56·구속)에게서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검사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는 것. 여기에다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에 소환 예정인 박모 변호사(59)도 검찰 출신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러다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제 식구 베기’ 수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검찰 출신 연이은 비리에 당혹감


검찰 출신 고위공직자에 대해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하는 것은 검찰 외부를 더욱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자기 몸에 있는 썩은 부위를 우선 도려내 정당성을 축적하면 금융당국이나 감사원, 정치권 등으로 거침없이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얘기다. 검찰은 2일 정 처장의 금품수수 관련 보도가 나오자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확실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수사사안에 대해 ‘확실히’라는 표현을 쓴 것에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현재 정 처장은 3박 5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방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감사원 금융위원회에 이어 법제처에도 이번 수사의 불똥이 튀면서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법제처 관계자는 “주변에서 정 처장에게 ‘대응하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으나 ‘기자들이 연락해 오면 사실무근이라고 답하라’는 지시만 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정 처장에 대한 본격 수사 방침을 밝힌 만큼 4일 오후 정 처장이 귀국하면 그를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 엘리트 검사에서 검찰 수사 대상으로


광주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 처장은 1980년 행시 24회, 다음해 사시 23회에 합격했다.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검사로 있던 1993년에는 앞서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위원과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 홍준표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함께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했다.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 중 한 명이다. 김홍일 중수부장은 은 전 위원 등 아끼는 후배들을 잇달아 수사하게 된 불운의 수장이 됐다.

이후 정 처장은 대검 형사과장, 서울지검 마약수사부장, 의정부지검 차장, 대구지검 1차장 등을 지내며 ‘마약 수사통’으로 입지를 굳혔다.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법령정비팀장을 맡은 인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법제처장에 올랐다. 차장검사에서 곧바로 차관급인 법제처장의 자리에 오른 데에는 정치권 인맥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정 처장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법제도선진화팀 단장을 맡아 파견됐을 당시 소망교회에 다니며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던 강만수 현 산은금융그룹 회장(66)을 만나 친분을 쌓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밖에 정치권에서는 경기고 동창이면서 행시 동기인 한나라당 정두언 전 최고위원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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