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계 비리도 ‘메달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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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구입 대가로 뒷돈 받고 훈련-스카우트비 빼돌리고…
협회간부-감독 등 143명 적발

양궁 제조업체로부터 장비 구입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양궁 지도자 135명과 관리를 소홀히 한 공무원 7명, 양궁 제조업체 관계자 1명 등 모두 14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중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양궁 장비 구입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 사기 횡령 등)로 양궁 장비 제조업체 백모 대표(36·양궁선수 출신)와 부산시양궁협회 이모 전무이사(45·전 국가대표)를 구속했다. 백 씨에게 200만 원 이상을 받은 모 군청 양궁팀 김모 감독(37·전 국가대표) 등 4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올 2월 이 씨가 선수훈련비와 스카우트비를 횡령하고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 씨가 부산 모 대학 양궁팀 감독 시절 모두 7600만 원을 횡령했다는 것을 밝혀낸 경찰은 이 씨 개인 계좌를 뒤지던 중 백 씨가 23차례에 걸쳐 8250만 원을 건넨 것을 확인했다.

백 씨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실명 또는 차명 계좌에서 5억2000만 원가량이 전국 86개 초중고 및 대학 실업팀 감독과 코치 135명에게 송금된 사실을 파악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백 씨는 2006년 양궁 국가대표 출신 한모 씨(36)를 로비스트로 고용한 뒤 계약을 체결한 지역 양궁협회와 학교, 실업팀 지도자들에게 화살 날개 조준기 표적 등의 구입 내용을 담은 소모성 장비 견적서를 보냈다. 견적서는 형식에 불과했다. 백 씨는 장비 일부를 돌려받고 반품액수만큼 돈을 건네는 ‘장비깡’을 사용했다.

이 대가로 백 씨는 1인당 100만∼수천만 원을 건넸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전국 학교와 실업 양궁팀은 348곳. 감독 코치 등 지도자는 742명이다. 국내 양궁 지도자 20%가량이 백 씨에게 돈을 받은 셈. 돈을 받은 피의자 가운데는 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콕과 부산아시아경기 금메달 2관왕, 장애인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메달리스트 5명 등도 포함돼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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