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대응전략 세워라”… 곽노현 교육감 서명운동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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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법 위반 논란… 선관위 “시행땐 문제 소지”

서울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25만 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에 대응할 전략을 세우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직 공무원이 서명운동에 관여하는 행위는 주민투표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이 나온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감 지시사항’ 문건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지난달 말 실국장 협의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괴담에 대응하라. 특히 주민투표에 대응하여 5, 6, 7월 등 월별 대응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 문건에는 교육지원청과 직속기관, 학교에 보낼 무상급식 관련 홍보안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을 제외한 공무원은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 요청 활동을 하거나 서명운동에 반대 또는 찬성을 호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시 단계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교육감이 서명운동에 반대할 목적으로 대응 방안을 세워 실제 시행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 내부에서는 교육감 지시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시가 내려오긴 했지만 대응 방안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동안 여러 번 밝혔듯 무상급식이 예산상 가능한 일이라고 알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측근도 “무상급식에 대한 홍보를 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교육청이 주민투표에 직접 대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곽 교육감, 주민투표 가능성 높아지자 위기감” ▼
무상급식반대 대응전략 지시

교육계에서는 주민투표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곽 교육감의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지시라고 보고 있다.

이번 지시가 3월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시의회에서 심의·의결한 예산 사업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민주당은 “시민 참정권을 제한하려는 조치”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로도 민주당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서명운동에 개입했다며 주민투표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는 등 서명운동 저지에 힘써 왔다.

무상급식 반대 서명을 주도하는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의 노재성 운영위원장은 “교육감이 직원에게 주민투표에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 자체가 서명운동에 개입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교육청의 움직임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려면 서울시 청구권자 5%(41만800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서명자는 4월까지 25만 명을 넘어, 현재는 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명 목표치는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기재하는 등의 무효 서명에 대비해 6월까지 60만 명이다.

국민운동본부는 6월까지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거리의 서명대를 15곳에서 50여 곳으로 늘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적극적으로 서명을 할 만한 사람은 대부분 참여했으므로 주민투표 청구가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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