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어버이날 조난될뻔한 父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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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섬마을 70대 아버지, 아들 뭍까지 배웅
귀가하다 4시간 표류… 해경 도움으로 구조

전남 여수의 한 섬마을 노인이 어버이날을 맞아 인사차 찾아 온 아들을 육지로 바래다준 뒤 귀갓길에 짙은 안개 속에서 4시간 넘게 표류하다 해경에 구조됐다.

9일 전남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어버이날인 8일 여수시 화정면 조발도에 혼자 사는 김모 씨(79)는 육지에서 생활하는 아들(42) 부부가 찾아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 씨는 오후 5시경 자신의 1t급 소형 어선에 아들 부부를 태우고 섬을 떠나 30분 만에 화양면의 한 선착장에 내려줬다.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다 바다에서 짙은 안개를 만났다. 김 씨의 배에는 레이더가 없는 탓에 2시간 정도 바다를 헤매다 지쳐 오후 7시 20분경 아들에게 휴대전화로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곧바로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떨어져 연락이 두절됐다.

김 씨의 아들은 여수해경 상황실에 사고 소식을 알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해경은 경비정 1척을 급파하는 동시에 어촌계장에게 민간자율구조선 등을 동원해 수색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출동한 해경 경비정은 가시거리가 50∼100m에 불과한 안개 속에서 서치라이트를 비춰가며 수색 작업을 벌인 끝에 오후 10시경 해상에서 부이를 붙잡고 있는 김 씨를 발견해 무사히 구조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노구를 이끌고 자식들을 직접 태워다 주고 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으나 침착하게 기다린 끝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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