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노총 출범 공식화]“정치투쟁 NO, 상생노조 YES”… 깃발 올린 ‘국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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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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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노총’서 ‘삼각체제’로… 노동계 지각변동

29일 민주노총 탈퇴가 가결된 후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노조관계자들이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 기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6월경 온건합리성향의 다른 노조들과 함께 제3노총을 건설할 예정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9일 민주노총 탈퇴가 가결된 후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노조관계자들이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 기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6월경 온건합리성향의 다른 노조들과 함께 제3노총을 건설할 예정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지하철노조가 기존 노동운동과 차별화된 제3노총 출범을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노동계에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울렸다. ‘비(非)정치, 조합원을 위한 노조’를 표방하는 제3노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이어 규모면에서 세 번째 노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노동계가 그동안 양대 노총 구도에서 삼각체제로 재편되는 것. 특히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될 경우 양대 노총 소속인 거대 노조 중에서도 상당한 노조 분화가 생길 것으로 보여 제3노총의 규모 확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 노동계 지각변동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로 제3노총은 조만간 그 실체를 공식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008년부터 추진된 정치투쟁을 배제하고 조합원 중심 노동운동을 추구하는 제3노총인 가칭 ‘국민노총’(옛 새희망노동연대)의 핵심. 제3노총에는 현재 서울시공무원노조와 전국교육청공무원노조,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 등 공무원과 공기업 노조가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또 현대중공업노조와 KT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등이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제3노총의 코드는 탈(脫)정치, 상생과 국민을 섬기는 노동운동이다. 과거 ‘새희망노동연대’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동운동 △투쟁보다는 정책·공익노조 지향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 거듭날 것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제3노총은 늦어도 6월 중에는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일단 제3노총이 출범하면 노총 소속 조합원은 15만∼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3노총이 설립되면 기존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 염증을 느낀 노조들의 참여가 예상된다”며 “또 복수노조 시행으로 새롭게 설립되는 노조들도 가입하면서 덩치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노사관계 달라질 듯

제3노총의 등장은 달라진 노동현장의 바로미터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노사관계는 1970년 이후 정부와 사용자 중심의 일방적 노사관계에서 1980년대 후반 이후 대립적 관계로 바뀌었다. 특히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이 같은 노동운동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제3노총 출범은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노동계의 투쟁방식에 대한 혁신의 바람이라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불법 파업과 노조 간부만을 위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을 노동계 스스로 타파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라는 것. 조합원, 국민 중심의 슬로건이 반민주노총 정서라면, 탈정치 슬로건은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동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투쟁 일변도라면 한국노총은 노동운동을 지렛대 삼아 정권과의 밀착 관계만 유지하려 했다”며 “그 어느 쪽도 진정한 노동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3노총의 등장으로 기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도 새로운 운동방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 제3노총 성공할까


제3노총은 대립과 투쟁 중심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투쟁의 깃발을 내린 ‘약한 노총’이라는 비난과 함께 정치력도 없는 무기력 노조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제3노총은 스스로 조직화하거나 노동자를 동원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연맹 같은 조직이 되기 어려우며 협의기구 정도가 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자칫 정부와 자본이 주는 혜택에 의존하는 조직이 될 수 있고 향후 정부나 자본이 혜택을 철회하면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3노총이 안착하려면 노동현장과 노동운동 사이에 괴리를 극복하는 기존의 노동운동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3노총은 민주노총의 투쟁적 노동운동 행태, 한국노총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치 지향적 행태를 탈피해야 할 것”이라며 “간부 등 노조 기득권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근로 조건과 생활 향상 등 순수하게 현장 근로자 중심의 노동운동을 이끌어 간다면 근로자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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