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전통시장에 ‘풍류’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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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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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마당 솔’ 시장 순회하며 민속공연-벽화-간판 선사
지역 예술인-상인 상생모델

23일 오후 동대구시장에서 ‘저잣거리 신명마당’ 행사가 펼쳐진 가운데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비눗방울 마임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3일 오후 동대구시장에서 ‘저잣거리 신명마당’ 행사가 펼쳐진 가운데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비눗방울 마임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3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동대구시장.

오가는 사람들과 상인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가운데 시장 입구부터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역 예술인들의 사진 작품과 자작시가 상점 앞 곳곳에 전시된 것. 시장 중앙에는 ‘저잣거리 신명마당’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수십 명의 관객이 모인 작은 무대에서는 마임 공연이 펼쳐졌다. 손에 쥐고 있던 고무공이 입속에서 사라지는 장면이 연출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대형 비눗방울을 만드는 공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로 뛰쳐나와 공연자와 어우러져 공연에 흠뻑 빠졌다. 오랜만에 가족과 전통시장을 찾았다는 김인화 씨(52·여)는 “시장이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활기를 띠는 것 같다”면서 “어릴 적 시장에서 느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기분이 좋았고 아이들에게 전통시장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 괜찮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는 장구 피리 태평소 해금 등이 어우러진 민요가 계속 울려 퍼졌다.

대구 지역에서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이 만든 비영리단체 ‘예술마당 솔’은 대구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이달부터 전통시장 예술기행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 사업은 문학 미술 사진 영상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지역 전통시장을 찾아 창작 등의 작품 활동을 상인과 함께하는 것. 시장 곳곳을 누비며 민속공연 등도 펼치고 상인들 요구에 따라서 특색 있는 간판도 손수 제작해 준다. 시장에 있는 담벼락 물품보관함 등에 그림을 그려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올해는 동대구시장을 시작으로 남구 봉덕시장(5월), 서구 대평리시장(6월) 등에서 펼쳐진다.

손병열 예술마당 솔 대표는 “전통시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예술인과 상인이 소통하는 것부터 시장 활성화의 시작”이라며 “사람들의 진솔한 삶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인들도 반기고 있다. 이임순 동대구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을 살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도 돕는 상생 모델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예술가와 상인이 공존하는 ‘예술장터’로 유명한 중구 방천시장의 변신도 진행형이다. 2009년부터 상인 60여 명과 예술가 30여 명이 함께 시장을 꾸려가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장 둑길(길이 130m)에 ‘가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조성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가족과 연인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진다. 30일 오후 4시에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서상돈 중구 문화관광과장은 “전통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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