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국내 최대 철새도래지 옆에 조명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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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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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중구, 태화강둔치에 탑 6기 갖춘 축구장 조성
환경단체 “삼호대숲 철새 떠날것”… 市“경위 조사”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강 둔치에 조성된
축구장 내 높이 25m의 조명탑. 울산시 제공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강 둔치에 조성된 축구장 내 높이 25m의 조명탑. 울산시 제공
국내 최대 백로와 까마귀 서식지로 꼽히는 울산 삼호대숲 인근 축구장에 설치된 야간 조명탑이 철새 서식 환경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중구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태화강을 철새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울산시와 충분한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울산시에 따르면 중구는 중구 태화동 800 일원 태화강 둔치 1만8513m²(약 5600평)에 지난해 6월부터 17억 원을 들여 ‘태화십리 대밭축구장’ 조성 공사에 들어가 25일 준공 예정이다. 이곳에는 잔디 축구장 1면과 다용도구장 1면, 트랙 등이 갖춰졌다. 또 야간 운동이 가능하도록 구장 주변에는 조명탑 6기도 설치됐다. 조명탑 조도는 400럭스로 독서나 재봉틀 작업을 할 때 필요한 밝기다. 조명탑이 갖춰진 축구장과 삼호대숲은 폭 170∼260m인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삼호대숲은 여름철에는 백로 4000여 마리, 겨울철에는 까마귀 6만여 마리가 찾아오는 전국 최대 철새도래지 가운데 한 곳”이라며 “강 건너편 구장에서 밝은 조명등을 켜고 야간 운동을 하면 철새가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생태계 교란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현재 5만3000m²(약 1만6000평)인 삼호대숲을 9만3300m²(약 2만8200평)로 확장한다. 또 잔디마당과 자연형 개천을 조성하는 등 2014년까지 485억 원을 들여 전체 면적 26만 m²(약 7만8700평) 규모의 세계적 철새공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최근 업무보고회에서 “태화강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명탑을 갖춘 시설물이 들어서게 된 경위를 조사하라”고 태화강 관리단에 지시했다. 중구 관계자는 “조명탑 설치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철새 도래지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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