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존을 향해]공존 찾아 4개월… 취재기자 9명 ‘시리즈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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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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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 많습니다. 하지만 희망도 있습니다.” 동아일보가 1월 1일부터 시작한 ‘다시 공존을 향해’ 기획 시리즈가 이번 에필로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총 5부 23회에 걸쳐 진행된 장기 기획물이었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잘난 사람과 잘나지 못한 사람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저해가 되는 요인을 찾아내고 공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기획 의도로 마련했다. 지난해 하반기 게재했던 ‘대한민국 공존을 향해’ 시리즈의 후속편이었다. 지난해 시리즈가 문제점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시리즈는 대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쉽지는 않았다.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한 공존 특별취재팀 기자들조차 처음에는 “대안이 있었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졌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취재와 기사 게재 과정에서 기자와 독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출생 직후 시작되는 차별, 빈부의 격차, 희망 없는 노년, 아빠들의 고단한 삶….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과 대안은 분명히 있었으나 아무도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고, 또 실천하려는 사람을 옆에서 방해하는 문화가 문제였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취재를 마친 기자들은 세상을 떠난 한 대기업 총수처럼 이렇게 말했다.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맙시다.” 》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① 빈부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사회를

소득 때문에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관리가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 영·유아들은 발육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을 수 있고,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등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이 허락돼,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맞벌이와 저소득층 부모의 미취학 자녀에게 한글 교육과 독서 교육이 보다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질 높은 공보육 제도를 제공해 취약계층 자녀들의 기초적인 학습 능력과 정서적 능력의 개발을 책임져야 한다.

이번 ‘다시 공존을 향해’ 시리즈는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알고 있으면서도 입 밖으로 소리 내 말하지 않는 침묵과 무관심의 영역을 깊숙이 탐사하는 일이었다. 취재 도중에 맞닥뜨리는 한국 사회의 서늘한 현실에 마음이 무거운 날이 많았지만, 묵묵한 실천으로 공존의 희망을 피워내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기에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가슴이 훈훈하다.
② 아이 위해 반칙? 자라서 ‘반칙 어른’이 되진 않을까


엄마가 자식을 위해 자기소개서 대필을 한다? 입사시험에서 떨어지면 회사에 전화 걸어 항의를 한다? 처음엔 믿기 힘들었다. 그냥 극소수 부모의 이기적인 행동이려니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기자가 순진했다. 초등학교 축구선수 태원(가명)이 엄마는 매년 4, 5차례 감독님께 ‘용돈’을 드린다고 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고교생 예진(가명)이 엄마는 매달 ‘성지순례’(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선물 등을 주는 일)를 한다고 했다. 취재 결과 촌지제공, 불법과외 등을 일삼는 ‘반칙맘’들의 행동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미 당연한 일상이 돼 있었다.

“이렇게 배운 아이가 나중에 자식을 가진다면 어떤 부모가 될까요.” 한 독자가 e메일로 담담하게 보낸 이 메시지가 가슴을 울렸다. 반칙맘에서 원칙맘으로 변신한 철중(가명)이 엄마는 “애정과 집착이 다르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반칙을 하면 시험 성적은 10점 올릴 수 있어도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애어른’이 될 것”이란 그의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③ 돈 있어야 건강한 시대… 정부 차원 대책 마련을


‘유전무병(有錢無病) 무전유병(無錢有病)’ ‘부익건(富益健) 빈익병(貧益病)’.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건강도 개인이 가진 ‘돈’에 좌우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실제로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개인 사망률도 차이가 날까?

공존 취재팀은 우리 사회의 이 같은 통념을 사실로 확인했다. 참담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도 총표준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이 가장 낮은 강남구(354.88)와 가장 높은 중랑구(486.80)의 차이.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경남 창녕군(662.97)과 가장 낮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336.03)는 거의 두 배 차이였다. 원인은 명확하다. 전북 임실은 군 단위 지자체 중 응급의료센터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역 간, 개인 재력 간 격차가 건강 격차를 낳은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건강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영국의 사례를 참조해 보는 것은 어떨까.
④ 40대 퇴직 ‘치킨 아빠’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오르길


‘치킨 아빠’를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닭을 튀기는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들보다 이리 저리 쫓기다 못해 마지막 수단으로 치킨집을 차린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전직 대기업 간부 출신부터 각 분야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사람들까지 화려한 전적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닭집을 차릴 줄 몰랐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퇴직자 4명 중 1명은 치킨, 피자 등 먹고 마시는 생활 밀접형(생계형) 창업에 몰려 있는 추세다. 치킨집 한 곳당 경쟁업체는 7.6곳으로 음식점 전체 평균치 6.5개보다 많다.

어느덧 40대가 되면 ‘퇴직’을 한번쯤 고민해야 하는 시대. 40대 중년 남성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전직을 활용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나 환경 문화 같은 고부가가치산업 등 나만의 사업으로 승부를 걸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치킨집’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뻔한’ 아이템을 극복하기 위해 패션, 디자인, 문화 등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분야까지 창업 교육 주제도 넓혀줄 필요가 있다.
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나만 옳다”는 생각 버려야


고교를 자퇴한 뒤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가수의 꿈을 꾸었던 10대 후반의 여성에게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 출연해 3위를 차지하면서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다. 공존 시리즈에서도 소개했던 장재인 씨(20)의 이야기.

공존은 나와 남의 관계에서 만들어지지만 기존의 룰에서 벗어난 삶과 생각을 가졌다고 공존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 이번 기획기사에 등장한 많은 사람은 이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적지 않은 지면에서 한국 사회의 공존이란 화두에 대해 고민했다. 한 취재원은 “사회 지도층은 자신들이 편할 때만 공존을 내세운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존의 필요성에 거부감을 갖거나 잘못됐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의 기득권층이 소외된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나가야 공존의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울 수 있다.
⑥ 노인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 실버행정 개선 시급


고령화사회에서 노년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면 사회 전체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게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난한 노인들과 전문가들의 얘기였다. 당장 급한 건 누가 건강하지 않은지 살펴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복지행정 최일선의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들이 가난하고 병든 노인들을 찾아다닐 수 있게 행정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는 소득과 재산이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을 수준인데도 자신의 빈곤을 증명 받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인이 103만 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출발점이다. 영하의 날씨에 밀린 전기요금 때문에 전기장판도 제대로 켜지 못하던 서울 노원구 월계1동의 김모 씨(72). 그는 본보 보도 이후 월계1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강준희 씨의 따뜻한 도움과 노원구청의 배려로 지난달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약 4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⑦ 뼛속까지 기부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시티즌 오블리주’로


한국의 새로운 기부 문화를 취재하는 도중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이웃나라 일본을 돕기 위한 성금이 각지에서 밀려들었다. 일본 사람들은 감동했고 진정한 극일을 보여줬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독도영유권 분쟁과 일본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모금활동도 하루아침에 시들어버렸다. 이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마음이 움직여야 기부도 하는 거지만 나눔이 오래 유지되려면 마음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생활 속 문화로, 사회의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공존팀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가족기부, 투자기부 등 새로운 기부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기부 문화를 실천하는 ‘시티즌 오블리주’의 다양한 사례도 소개할 계획이다.

:: 알림 ::

‘다시 공존을 향해’ 시리즈는 끝나지만 기부시리즈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레인메이커를 찾아서’는 계속됩니다.

:: 특별취재팀 ::


▽팀장 이광표 문화부 차장 ▽경제부 나성엽 기자 ▽사회부 김범석 박재
명 기자 ▽스포츠레저부 신진우 기자 ▽국제부 염희진 기자 ▽산업부
우정렬 기자 ▽인력개발팀 정세진 기자 ▽정치부 황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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