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훔친 휘발유 팝니다” 떠들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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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차서 2년간 6만 L 빼돌린 일당 적발

대기업 정유공장에서 주유소까지 휘발유를 배달해 주는 탱크로리 운전사 김모 씨(47)와 홍모 씨(52)는 2008년 8월 등유판매사업자 안모 씨(32) 등에게서 “기름을 조금씩만 빼돌려 팔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솔깃했다. 이들은 한 번에 100∼300L를 빼돌리는 조건으로 L당 650∼750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약 2만 L가 들어가는 탱크로리 차량에선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양인 데다 매번 20만 원가량의 공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탱크로리 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달려 있는 점을 감안해 탱크로리 차량의 이동경로에 위치한 경기 하남시의 한 화물주차장을 접선장소로 정했다. 이곳에 천막을 치고 간이저장고를 만들어 빼돌린 기름을 20L들이 기름통에 담아 보관했다. 안 씨 등은 자신의 단골 고객에게 이 기름을 L당 1000원 안팎에 팔았다.

그러나 이들은 안 씨의 허술한 ‘홍보 전략’ 때문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값싼 정품 휘발유’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안 씨가 단골들에게 ‘훔친 기름’이라고 알리고 다닌 것. 서울송파경찰서는 2년 7개월 동안 총 567회에 걸쳐 휘발유 6만2070L를 빼돌려 1억21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안 씨 등 4명과 빼돌린 기름을 구입한 18명 등 모두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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