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첫 공시때 협박 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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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창투 감사 ‘의견거절’ 결정 → ‘적정’ 공시 → ‘의견거절’ 재공시… 번복 왜?

코스닥 기업인 제일창업투자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처음에는 회계법인의 의견을 ‘적정’으로 받았다고 공시했다가 5일 만에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의견거절’로 뒤집고 이 과정에서 해당 회계법인 측이 “제일창업투자의 협박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사실과 다르게 공시했다가 문제가 돼 이를 뒤집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 이유가 감사를 받는 회사의 강압 때문인 점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초유의 일이라 금융당국의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중소기업 창업지원과 기업구조조정 사업을 하는 제일창업투자는 22일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면서 대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8일 제일창투는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고 공시했었다.

17일부터 증권가에서는 ‘(제일창투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제일창투는 조회공시 요구를 받자 18일 사실과 다르게 ‘적정’ 공시를 올린 것. 이 공시가 오전 7시 30분쯤 나가자 대현회계법인은 주식시장이 종료된 이후인 오후 6시가 넘어 감사의견이 잘못 공시됐다는 연락을 했고 이날 하루 제일창투의 주가는 크게 오르내려 혼란을 부추겼다.

한국거래소는 대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경위서를 받은 결과 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내기로 결정했지만 담당 회계임원이 임의로 이를 뒤집어서 적정의견을 제일창투에 건넸던 것으로 확인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담당 임원이 협박을 받기도 했다는 말을 회계법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대현회계법인이 잘못된 공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하루 동안 해당 주식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차가 있었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2002년 설립된 대현회계법인은 2010년 3월 말 현재 110여 개 회계법인 가운데 매출액 순위 15위에 해당하는 중상위급 회계법인이다.

제일창투와 대현회계법인 측에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계속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제일창투는 “단지 왜 감사의견 거절인지 이유만 물었을 뿐 회유와 협박이 일절 없었다”고 소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창투는 상장폐지 사유 통보일로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바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며 이의신청을 하면 15일 이내에 상장위원회가 열려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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