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냥’ 前총장-이사장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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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사채 얻어 대학 인수… 381억 빼돌린뒤 되팔아

영세 기업을 사들인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기업 사냥꾼’과 비슷하게 대학을 인수해 매각한 지방 사립대 전직 총장과 이사장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학 고위 운영진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사립대 운영 및 법인 매각 과정에 대한 교육당국의 부실한 관리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부(부장 강해운)는 사채 수십억 원을 빌려 경기지역 사립전문대인 K 대학을 인수한 뒤 학교 운영비 381억 원을 횡령한 혐의(횡령 등)로 이 대학 전 총장 A 씨(64·여)와 전 이사장 B 씨(61)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06년 사채 수십억 원을 끌어다 해당 대학을 인수했다. 이어 2007년 1월 각각 총장과 이사장에 취임해 직접 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친인척이나 지인을 이사로 임명하고 기존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는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관여하면서 대학운영에 써야 할 자금 93억 원을 빼돌려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등은 또 대여금 명목으로 대학 자금 288억 원을 무단 인출하는 등 총 381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들이 대학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에 이르는 양도 차액을 남긴 것으로 보고 매각 과정의 불법성 유무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과 대학 측에 따르면 A 씨는 10여 년 전 경기지역 모 대학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도 모 고등학교 법인의 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업무상 알고 있던 B 씨와 함께 학교를 인수했다. 총장직에서는 올 2월 물러났다. B 씨는 이사장 취임 1년 뒤 A 씨와 마찰이 생겨 학교를 떠났다. 현재는 서울에서 예술 관련 학교를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학교 운영 과정에서 거액의 횡령 사실이 확인돼 지난주 초 두 사람을 구속했다”며 “추가 범죄사실에 대해 수사를 계속 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중 이들을 기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 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대학 관계자는 “문제가 된 법인 관계자들은 현재 학교를 모두 떠난 만큼 더 이상 학교 운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교비 횡령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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