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통화불통 사건’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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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개강하는 3월 초입니다. 캠퍼스는 신입생들로 북적이고 겨우내 한적했던 강의실도 활기가 넘칩니다. 그런데 여기 좀 심하게 북적였던 곳이 있습니다. 서울대 관악 캠퍼스의 통신망이었죠.

지난주 개강 직후부터 서울대에서 KT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과 교직원들은 통화 중 끊김 현상과 수신 불량 등이 지나치게 자주 발생한다며 문제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KT는 부랴부랴 9일 오전 기지국을 한 곳 증설했습니다. 덕분에 통화품질이 일부 개선됐지만 추가로 기지국을 한 곳 더 설치해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리라는 것이 KT의 설명입니다.

이유는 '아이폰'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 KT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처음 시작한 이후 8월까지만 해도 1인당 332MB(메가바이트)에 그쳤던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통신 사용량이 겨울방학 이전인 11월까지 636MB로 급증했으며 방학 때인 12월과 올해 1월에는 730MB 대에 이르렀기 때문이죠. 아이폰은 대학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마트폰입니다. 게다가 KT가 최근 판매하는 신형 스마트폰인 HTC의 '디자이어HD' 등은 1인당 사용량이 1.2GB가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에 스마트폰을 사는 사용자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쓴다는 뜻입니다. 대학생이 돼 새 스마트폰을 구입한 신입생들이 캠퍼스로 대거 몰리면서 통신망에 부담이 된 겁니다.

또 다른 원인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었죠. 서울대 기지국을 설치하는 KT의 네트워크 담당자는 "캠퍼스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학생들이라면 거의 모두 쓰는 앱이 있는데 그게 서울대학교 앱"이라며 "학교 지도를 보여주고 수강신청 시간표도 볼 수 있어 학기 초에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한 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 앱을 만든 건 와플스튜디오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동아리입니다. 이들은 학교 안에서도 버스나 택시를 타고 다닐 정도로 넓은 캠퍼스를 쉽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강의동과 식당을 하나하나 표시한 학교 지도를 만들고, 도서관 대출정보도 검색하게 했습니다. 수강신청을 마치면 신청내용이 자동으로 시간표 형식으로 바뀌어 스마트폰에 전송되는 기능도 만들었습니다. 신입생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라 사용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겁니다.

이 동아리 회장 이범기 씨는 "우리 앱 때문에 KT 통신망까지 지장을 받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고 하더군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에 다니며 페이스북의 초기 모델이었던 '페이스매시'라는 웹서비스를 만들었다가 하버드 인터넷 망을 다운시킬 뻔 했습니다. 이 학생들도 나중에 그런 '큰 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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