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노총각 시인 함민복 장가가는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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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 앵커)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를 아십니까.
'시 한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세 따뜻한 밥이 된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인데요. 이 시를 쓴 시인 함민복씨가 지난 일요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올해 나이 쉰으로 문단의 대표적인 노총각이었던 시인은 동갑내기 신부를 만났습니다. 결혼식에 수십 명의 문인들이 방문해 축하했습니다.

***
결혼식이 시작하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예식장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함민복 시인.

강화도에서 소박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온 시인이지만 멀끔한 턱시도 차림이 여느 젊은 신랑보다 어울립니다.

(인터뷰) 함민복 / 시인
(떨리세요?)"늦게 하니까 친구들이 농담 삼아 딸내미 시집가는 날과 겹치지 말아라. 이런저런 생각이 있고, 가정사적 생각들이 먼저 나고, 어머님이 살아계셨으면 2년만 빨리할 걸."

이름만 대면 알만한 문인과 문화예술인들이 이들의 늦게핀 사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인터뷰) 함성호 / 시인·건축가
"함민복이 결혼하는 걸 보면서 시대가 사람을 비껴갈 수도 있고, 그렇지만... 역시 사랑은 여지없이 오는구나. 그래서 저렇게 만나서 같이 사는 구나.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오지혜 / 배우
"사랑과 신뢰와 우정은 우리가 함시인께 배운 것이고... 이제 정말 2.1% 정도의 결점이셨던 생활을 확실히 책임지셔서..."

(인터뷰) 현택수 / 시인
"함박꽃 함. 민들레 민, 복사꽃 복. 꽃 같은 사람이죠. 결혼 소식 들었을 때 그런 꽃들이 주위에 많이 피어날 거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꽃처럼 아름답게 사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결혼식. 신랑이 아름다운 신부와 함께 입장합니다.

두 사람은 7년전 어느 시 창작 강의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습니다.

(현장음)
"62년생으로 범띠 동갑입니다. 그러니까 50살."

이날 결혼식의 하일라이트는 소설가 김훈 씨의 주례사였습니다.

착한부부의 사랑을 재미있게 소개한 주례사에, 하객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쑥스러운 신랑은 연신 이마의 땀을 닦습니다.

(PIP 인터뷰) 김훈 / 소설가
"반신반의했어요. 그랬더니 강화 가보니까 진짜 결혼할 거 같아서 안심됐어요."

(현장음)
"이 세상에서 드물게, 착한, 그리고 아름다운 부부의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사랑을 생활로 바꾸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의 말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어 가수 안치환 씨가 축가를 불렀고,

(현장음)
"민복인 꽃보다 아름다워~"

식장을 가득 메운 하객들도 박수를 치며 자기일 마냥 즐거워합니다.

축제 같은 결혼식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신랑 함민복 시인과 신부는 이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시인에겐 처음 타는 비행기이자, 생애 첫 신혼여행입니다.

(화면 없이 소리만 / 인터뷰) 함민복
"문단에 노총각이 많아서요. 40대 노총각에겐 희망을 줄 수 있을 거 같고, 60대 선배님들이나 50대 후반 선배님들에겐 분발할 수 있는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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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가인 앵커) 함민복 시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뒤로 당기지 않고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주기 위해 상대 쪽으로 마음줄을 내미는, 거꾸로 된 줄다리기 같은 결혼생활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인의 시가 앞으로 더욱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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