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금융정보 2000만건 담긴 ‘ATM 하드’ 유출

  • 동아일보

소각지침 어긴 폐기업자 445대 부품업자에게 팔아
경찰 “포맷했어도 복구 가능”

2000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담긴 시중은행 자동화기기(ATM) 하드디스크를 빼돌려 헐값에 팔아넘긴 폐기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5∼10월 신권 인식 기능이 없는 구형 ATM을 폐기 처분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장착된 하드디스크를 뜯어내 중고품업자에게 팔아넘긴 이모 씨(48·폐기업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씨가 판 하드디스크는 모두 445대로 대당 5만여 건의 개인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각 약 1년간의 거래 내용에 해당한다.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언제 누구와 얼마를 주고받았는지 등 상세한 정보가 문서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었으며 암호화 등은 전혀 되어있지 않고 일반적인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하게 정보가 저장돼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폐기하는 ATM의 하드디스크는 소각해야 한다’는 은행 지침을 어기고 중고품업자 정모 씨(41)에게 대당 6000∼7000원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하드디스크의 일반 거래가격은 1만 원 안팎이지만 이 씨에게서는 30∼40% 싸게 살 수 있어 구입했다”며 “하드디스크 안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구입한 하드디스크는 모두 포맷(저장된 데이터를 지우는 것)을 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단 정 씨가 하드디스크 안의 개인정보를 노려 구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어렵기는 하지만 기술적 과정을 거치면 (포맷을 했더라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경찰은 아직까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개인정보가 다른 곳에서 사용된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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