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거제시장실 카펫 밑에 동판이 깔린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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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 막는다” 역술인 조언에 김한겸 前시장 설치했지만…
전임 이어 본인도 수뢰 구속

‘그곳에 동판이 깔린 까닭은….’

경남 거제시 직원들은 올해 초 2층 시장실의 낡은 카펫을 뜯어내다 동(銅)으로 된 얇은 판이 카펫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께 0.01mm 정도인 박판(薄板)은 가로 10.8m, 세로 8.8m 크기로 시장집무실 118m²(약 36평) 가운데 95m²(약 29평)가량을 차지했다. 난데없는 동판 출현에 의아해했던 시청 직원들이 수소문한 결과 이 박판은 2003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던 김한겸 3, 4대 시장 시절 한 역술인의 조언에 따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장실 아래에 수맥이 흘러 화를 입을 수 있으므로 동판을 깔아 나쁜 기운을 막아야 한다”는 역술인 주장에 따라 박판 설치작업은 극소수 인사만 안 채 조용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공무원은 “초대와 2대 시장이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을 본 김 시장이 액운을 막기 위해 동판을 깐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박판도 김 전 시장을 끝까지 ‘보호’하지는 못했다. 그는 재임 시절 사업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시장직을 물러난 지난해 11월 결국 구속됐다. 권민호 현 시장은 동판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이를 걷어내도록 지시했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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