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구제역 청정지역 고수를 위해 봄축제를 잇달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는 구제역 유입차단을 위해 다음 달 12일부터 20일까지 열기로 했던 제15회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를 취소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광양시는 올해 국제 매실심포지엄이나 주한 외교관 초청 팸 투어 등 축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구제역 방역을 위해 축제를 취소키로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축제를 취소했으나 섬진강 매화꽃을 보러 온 상춘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이나 주차장 편의시설은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진도군도 다음 달 19일부터 21일까지 열 예정이던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장성군은 다음 달 중순경 열 계획이던 백양 고로쇠 축제를 취소했다. 영암군도 4월 1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할 예정이던 2011영암왕인문화축제를 취소키로 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올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린 데다 구제역 유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 축제를 열어도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자치단체들도 다음 달 열 축제를 거의 포기했다. 남원시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지리산 고로쇠 약수제를 취소했다. 다만 제례 행사만은 간소하게 진행키로 했다. 진안군은 다음 달 12일부터 이틀간 열 계획이던 운장산 고로쇠 축제를 취소했다.
각 자치단체나 축제추진위원회는 1월부터 한 달 넘게 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축제로 인한 지역 경기 활성화보다 구제역 청정지역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치단체는 축제 개최 일정을 일단 연기한 뒤 구제역 확산 정도나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 상황 등을 살펴보며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남 구례군은 다음 달 17일부터 닷새 동안 진행키로 한 산수유 꽃축제를 1주일 정도 연기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가장 늦게 구제역 백신을 맞은 돼지들이 다음 달 12일경 항체가 형성되는 점을 고려해 축제 일정을 연기했다”며 “전국 구제역 진행상황을 보며 조만간 축제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은 다음 달 20일경 개최키로 한 삼례 딸기 축제를 10여 일 연기키로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대부분의 축제 추진위원들도 구제역이나 AI로 고통 받는 농민 입장을 감안해 축제 취소나 연기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구제역 청정지역을 지키기 위해 축제 없는 조용한 봄을 맞자는 분위기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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