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 첫 수거… 2363마리 묻은 곳서 ‘갈색물’ 2.6t 뽑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경기 남양주-양평 현장


21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1리 아카시아 농장 내 돼지 매몰 현장. 이 농장에서 키우던 돼지 2363마리가 묻힌 곳으로 공무원들이 짙은 갈색을 띤 침출수를 뽑고 있었다. 구제역 가축 매몰로 팔당상수원과 지하수원이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국내 최초로 공동으로 침출수 처리 작업에 나선 것.

○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침출수 처리

아카시아 농장에서는 지난달 17일 매몰이 이뤄졌다. 길이 30m, 폭 3m, 깊이 6m 웅덩이에 돼지들을 묻은 뒤 1m 높이로 복토해 놓았다. 복토가 된 흙더미 위로 배출구 6개가 설치됐다. 웅덩이 옆에는 10m³과 4m³짜리 집수조가 2개 묻혀 있었다.

공무원들은 먼저 집수조 주변을 방역소독했다. 10m³ 용량의 집수조에서 침출수 일부를 퍼내 수소이온농도(pH) 측정기인 pH메타로 측정했다. 결과는 pH 6.3이었다. 침출수는 pH 5 이하(강산성)이거나 pH 10 이상(강알칼리성)이어야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멸하기 때문에 강산성화 작업이 진행됐다. 현장요원들이 곧바로 구연산 희석액 10L들이 4봉지를 집수조에 넣었다. 10분여 뒤 다시 측정하자 pH는 4.48이었다.

남양주 축협의 가축분뇨 수거차량이 침출수 2.6t을 뽑아내 차량에 옮겨 실었다. 차량은 곧바로 진건읍 소재 남양주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에 도착해 침출수를 처리시설 공정에 투입했다. 처리 기간은 대략 25일. 일반 하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기물질과 질소 인 대장균 바이러스 등 오염물질이 제거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진건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최종 살균 처리한 후 왕숙천에 방류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경기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761의 1 젖소 46마리가 매몰된 현장에 서도 침출수 수거작업이 시작됐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29일 매몰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조사 결과 침출수에서 구제역 음성 반응이 나와 약품처리는 생략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은 이날 7개 시군 15개 매몰지(30개 시료)의 침출수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 구제역 및 탄저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의 구제역 바이러스 균 사멸에 필요한 구연산이나 수산화나트륨, 생석회 등은 시군별로 충분한 양이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침출수 펌핑 차량도 구제역 매몰지가 있는 19개 시군별로 자체 차량이나 전문 수거차량을 1대씩 지정해서 이용하고 폐수처리 시설도 기존에 있는 시설인 만큼 추가로 예산이 들지는 않는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서상교 경기도 축산과장은 “구연산 등은 kg당 몇백 원 하는 정도의 아주 흔한 약품”이라며 “경기도 전체 침출수에 사용한다고 해도 몇백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 “친환경적 방법을 보완해야”

민간 전문가들은 이날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실시한 침출수 처리에 대해 “구제역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제거는 확실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이군택 교수는 “침출수를 추출해 강알칼리 등으로 소독하면 바이러스와 세균이 죽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규완 경상대 수의학과 교수는 “멸균을 위해 침출수에 넣는 강산성, 강알칼리성 물질 자체가 유해물질인 만큼 친환경적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며 “화학적 처리 대신 열처리해 멸균하는 방식 등 친환경적 방식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환경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각 지방환경청이 매몰지 주변 환경오염을 매일 확인하는 책임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날 구제역 가축 매몰지 관리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6개 관련 부처 공무원이 참여하는 관리지원팀과 민간 전문가 자문단을 꾸렸다.

남양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양평=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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