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절기인 입춘. 입춘이 되면 각 가정은 행운을 기원하며 대문에 ‘입춘축’을 붙였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다. 농경사회에서는 백성을 먹여 살리는 농사가 가장 중요했다. 오죽했으면 밭갈이, 논갈이에 필요한 소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에서 쇠고기 판매를 금지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절기’라는 시간표를 이용했다. 절기는 대부분 날씨와 관련돼 있으며 지금도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절기는 농사와 관련지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다.날씨가 따뜻해진 봄방학.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주말에 농경사회를 엿볼 수 있는 가까운 친척집이나 농촌마을로 체험여행을 떠나보자.》 “정월 대보름에 더위 좀 팔았어?”
“친구한테 전화로 팔았어요. ‘내 더위’ 했더니 잘 모르더라고요.”
“정월 보름에 오곡밥 먹고 부럼 깨는 것 정도는 알아도 ‘더위팔기’는 잘 모를 거야. 대보름에는 이런 풍속만 있는 게 아니야.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같은 여러 풍속이 있지. 우리나라 명절 중 세시풍속이 가장 많을 거야.”
“세시풍속이 뭐예요?”
“조상들이 해마다 때가 되면 빼놓지 않고 해오던 행사라고 할 수 있지. 이 세시풍속은 절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절기는 또 뭐예요?”
“입춘, 우수, 경칩이라고 들어봤지? 1년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24마디로 나눠 이름을 붙인 게 절기야. 농사와 관련이 깊지. 큰아버지가 계신 시골에 가서 농사와 관련지어 살펴보자.”
포인트 1. 절기는 왜 양력을 사용할까?
곡우를 전후해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훈이가 절기에 대해 궁금하다고? 혹시 절기에 대해 아는 게 좀 있냐?”
큰아버지는 모처럼 찾아온 훈이가 대견스러운 눈치다.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농가월령가’에 대해 배웠어요. ‘3월은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만물이 화창하니…,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라는.”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가 19세기에 지었다고 알려진 ‘농가월령가’는 한 해 동안 힘써야 할 농사일과 철마다 알아둬야 할 세시풍속을 기록한 작품이다. 다양한 농사방법과 각종 민속행사에 관한 내용이 담겨 당시 농촌사회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농가월령가에 등장하는 ‘월’은 음력을 의미해. 우리 조상들은 달의 운동에 따른 음력을 주로 사용했지. 음력은 밀물, 썰물과는 잘 맞았지만 농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왜냐면 농사는 해의 움직임에 좌우되었기 때문이지.”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만들어졌다. 밤이 가장 긴 동지를 기점으로 지구의 공전궤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눠 절기를 붙였다. 다음 절기까지는 대부분 15일 걸리지만 14일이나 16일이 될 때도 있다. 이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타원형이어서 절기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 절기는 양력으로 매년 같은 날이나 하루 정도 차이를 두고 돌아온다.
큰아버지는 훈이를 뒷밭으로 안내했다. 밭에는 마늘이 쑥쑥 자라고 있고 봄동이 한창이었다. 겨울을 나면서 자라는 배추인 봄동은 봄에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나 쌈으로 제격이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으니 다음 절기는 경칩이야. 경칩이 무슨 날인지 아니?”
“개구리가 땅속에서 폴짝 뛰어나오는 날이에요.”
“그래. 경칩이 지나면 춘분이지. 농민들은 이때부터 거름을 주면서 슬슬 농사를 시작해. 양력 4월 20일경인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옛날 같으면 못자리 만들고 농사 준비에 집집마다 바빴지만 요즘은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별로 없어 그렇지 않단다.”
포인트 2.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농촌모습 찾기!
“큰아버지는 절기 중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그야 망종이지. 망종은 종자를 뿌려야 할 적절한 때라는 뜻으로 보리베기나 모내기에 알맞은 때지. 이때 밀을 베어 구워 먹었는데 입가에 검댕을 묻히면서 먹었지. 엄청 맛있었어.”
“팥죽 먹던 동지도 잊혀지지 않네요. 가족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겨워요.”
엄마가 거들었다. 옛 사람들은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했다. 그래서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생겼다.
절기와 관련된 말은 많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리고 정든 임 말 한마디에 내 속이 풀린다’는 정선아리랑 구절이 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 든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다. 이런 속담은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됐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구온난화와 절기는 관련이 없을까요?”
“우리나라는 중위도 대륙에 있어 계절 변화가 뚜렷하지. 그래서 절기도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데, 여름철은 대체로 변화가 없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절기의 기온이 대체로 상승했다고 해. 농사에도 영향이 있겠지.”
엄마와 훈이는 봄동을 캐 바구니에 담고는 논으로 향했다. 옛날 같으면 보리가 파릇하게 자랐을 논이 비어 있었다. 밟을수록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며 겨울을 나던 보리밟기의 추억을 간직한 논이다. 보리를 재배해도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보리농사를 하지 않는다는 게 큰아버지의 설명이다.
큰아버지는 벼농사를 전문농사꾼에게 완전히 맡겼다고 했다. 전문농사꾼이 못자리 만들기부터 모내기, 추수까지 모두 맡아 하기 때문에 큰아버지는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한다.
벼농사가 끝나면 보리농사를, 보리농사가 끝나면 벼농사를 서둘러 시작하던 농촌은 구경하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특화작물을 재배하거나 가까운 공장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절기와 세시풍속은 어떤 관계가 있어요?”
“절기에 맞춰 세시풍속이 만들어졌다고 봐야지. 눈여겨볼 점은 농사일이 바쁠 때는 큰 행사가 없다는 점이야. 가장 큰 명절인 설과 한가위는 농사가 끝난 뒤고 5월 단오도 파종과 모내기를 끝내고 약간 여유가 있을 때지.”
요즘은 절기의 의미가 크게 감소했다. 농경사회가 아닌데다 과학기술의 발전, 관개시설 확충으로 농사가 날씨 영향을 과거보다 덜 받기 때문이다.
“옛날 사용하던 농기구라도 좀 볼까? 저기 헛간으로 가보자.”
조옥남-‘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공동저자 계절과 절기 정겨운 우리의 세시풍속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 목표
농촌의 특징과 농민의 생활모습 이해 절기에 나타난 조상들의 생활 이해 세시풍속의 유래와 조상의 지혜 깨닫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할 만한 추천활동
계절변화에 따른 농촌의 다양한 모습 살펴보기 절기와 관련된 속담 알아보기 계절별 농경문화 체험하기 마을 돌아보면서 농촌의 변모과정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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