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코스에서 만나 결혼까지 이어진 박일권, 유근선 씨. 사진은 제주시 추자도 올레코스를 걸을 때 모습. 박일권 씨 제공
걷기 코스로 유명한 제주올레길에서 두 쌍의 ‘올레길’ 커플이 탄생했다.
19일 결혼식을 올린 박일권 씨(41·군무원)와 유근선 씨(34·여) 부부는 2009년 10월 올레길을 찾았다가 처음 만났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얼굴을 익힌 뒤 11코스(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무릉생태학교)를 함께 걸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이혼의 아픔, 사업 실패, 선원생활 등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박 씨는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내용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 보니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첫 만남이후에도 올레 코스를 함께 걸으며 사랑을 키웠다”고 말했다.
초혼인 유 씨는 미래 시부모를 모시고 올레 코스를 걷기도 했다. 유 씨는 “(남편의) 순수한 마음과 열심히 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며 “부모님의 반대 등 현실의 벽이 많았지만 길에서 배운 긍정의 힘과 웃음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커플은 이정주(27) 한아름 씨(28·여). 이들은 12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에서 신혼여행을 했다. 이들 커플은 지난해 4월 말 제주에서 처음 만났다. 한 씨는 “하와이 민속악기인 우쿨렐레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는 그를 보며 호감을 가졌다”며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KTX 승무원으로 입사할 예정이고 이 씨는 수원에서 조명설계를 하고 있다. 이들은 5년 동안 서울에서 생활한 뒤 제주에 정착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길 위에서 마음을 터놓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깊이 알게 된다”며 “머지않아 올레 코스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성산읍 시흥∼광치기해안 구간이 1코스로 문을 연 뒤 현재까지 357km에 이르는 22개 코스가 만들어졌다.
길가에 핀 유채꽃, 온몸을 스치는 바람, 우뚝 선 소나무, 재잘대는 새들이 중매를 하고 오솔길, 돌길, 밭길이 인연을 만들어 결혼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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