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법-재정안 동시제출 ‘PAYGO’ 법제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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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硏 ‘무상복지 포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복지정책을 공급하지 못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재원안 동시제출제도’와 ‘재정준칙’의 도입이 필요하다.”(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무상복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무상복지 시리즈 정책의 파급 영향과 과제’ 포럼에서 복지 재정에 ‘PAYGO’ 제도와 재정준칙제(fiscal rule)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PAYGO란 ‘Pay As You Go’의 줄임말로, 재정을 쓰려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이나 다른 지출을 줄일 방안을 함께 내놓도록 하는 것이다. 2009년 미국이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 제도를 부활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논란이 있었다. 또 재정준칙제는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등 구속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정부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운용 체계를 말한다.

포럼 참석자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을 ‘정치 실패에서 비롯된 정치상품’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정치상품을 막기 위해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된 것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현 교수는 “국회에서 재정 지출이 필요한 복지법안을 제출할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항목의 세출 절감안이나 새로운 세수 증대 방안을 함께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전체 예산 규모의 팽창을 막기 위해 ‘세입 내 세출 원칙’ 혹은 ‘세입증가율 내 세출증가율 원칙’ 같은 재정준칙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자인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PAYGO제도와 재정준칙제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데 적극 공감한다”면서 “다만 입법도 결국 정치인의 몫이기 때문에 유권자인 국민이 정치인의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에 ‘국가전략협의회’와 ‘장기재정복지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제안했다. 복지 논쟁이 표심을 끌려는 여야의 정쟁 때문에 확산되는 만큼 초당적이고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국가채무 수준이 높아질 우려가 있고, 심각한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로 국민 부담이 크게 증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기재정복지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보편적 복지론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복지예산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장은 “보편적 복지론은 민주주의 타락의 한 형태로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로부터 사회적 자원을 강제로 탈취하는 것”이라며 “약탈적 세제와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체계 실종의 악순환이 이어져 (보편적 복지는)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는 면세점(免稅點·세금을 면제하는 기준이 되는 한도)이 높아 실제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바꾸지는 않으면서 소수의 세금만으로 무상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복지국가를 진지하게 고민한 유럽 좌파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정성을 담은 논의라면 고세율 고복지냐, 저세율 저복지냐를 따져야 한다. 무상이라면 저세율 고복지를 말하는 것이 되고, 이 경우 국가채무 부담은 후세대에 전가된다”고 꼬집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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