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전국 학교에 검토 지시 “구제역-AI 발생지역 개학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보령 3개 초중교 1주일 연기…
천안 국립축산硏구제역 양성 부산 돼지농가 첫 의심 신고

“한국 축산연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전 직원이 사생활을 포기하고 합숙까지 해가며 구제역 예방에 매달렸는데…. 허탈하기만 합니다.”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열린 적이 없었던 철제 정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상황실을 지키던 강보석 연구관은 통화에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참담하다”고 말했다.

젖소 350마리, 돼지 1645마리, 닭 1만1817마리를 보유한 국가 종축(種畜) 연구의 메카인 성환 축산자원개발부도 결국 구제역에 뚫리고 말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곳에서 사육하는 돼지 13마리가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여 정밀 조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며 “이 13마리를 포함해 의심증상을 보이는 22마리를 도살처분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축산 연구기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에 앞서 구제역에 감염된 대관령의 강원축산기술연구센터, 경북축산기술연구소 등은 도(道) 운영기관이다.

도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1998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한국형 씨돼지’로, 마리당 100만 원이 넘는다. 농진청은 이 씨돼지들을 한국형 기후와 사육환경에 맞게 개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차질을 빚게 됐다. 농진청 측은 “한국형 씨돼지 등 일부 종축을 전북 남원시 가축유전자원시험장 등에 분산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축사 출입기록과 폐쇄회로(CC)TV 화면을 모니터하고 야생 고라니에 의한 구제역 감염 여부도 조사하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6일에는 천안 외에 부산 사하구 장림동 돼지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은 아직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다. 이날까지 구제역에 따른 도살처분 규모는 전국적으로 312만7463마리로 집계됐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6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각급 학교의 학사 일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구제역과 AI 발생 지역에서 등교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해당 시군구 상황실에서 가축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와 항체 형성 기간을 파악한 뒤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개학을 연기할 수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7일 개학 예정이던 보령시 천북면 천북중 천북초 낙동초 등 3개 학교의 개학을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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