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 확산… 정부 ‘설 연휴 최장 9일’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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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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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귀경에 바이러스 뿐 아니라 성난 農心까지 옮길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설을 맞아 인구 이동이 늘어나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역 당국이 ‘전국 백신’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도 설 전에 구제역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설을 맞아 바이러스 외에 ‘성난 농심(農心)’마저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 민심까지 악화될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국 백신 접종을 발표하면서 “설 이전에 큰 물줄기는 잡겠다”며 “출입국 검역 강화, 축산농가 방역수칙 준수 등 설 방역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설 연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귀향 인구가 늘어나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수도권 주민들이 전남북, 경남 등 미발생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긴 연휴로 현장의 방역활동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구제역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수도권 주민들의 여론마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50일 넘게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민심과 지방 민심은 다소 온도차가 있는 게 사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구제역보다 ‘쥐 식빵’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을 맞아 고향을 찾은 수도권 주민들이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쑥대밭이 된 농촌을 직접 눈으로 보고, 허탈해하는 친지들의 얘기를 듣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설을 기점으로 책임자 문책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 ‘설 귀향’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구제역과 AI 때문에 이번 설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썰렁한’ 명절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바이러스 전파 우려 때문에 귀성 자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이천시는 “설 귀향을 자제해 달라는 시장 명의의 편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의 한우농장주 장윤기 씨(68)는 “자식들을 보고 싶지만 혹시 몰라 명절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했다”며 한숨지었다.

그러나 귀향객이 줄어든다 해도 방역 당국의 고민은 여전하다. 긴 연휴 기간 중 인구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17일 접수된 대구 북구와 충남 예산군의 구제역 의심신고에 대해 정밀 조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발생지역은 7개 시도, 53개 시군구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축산 종사자들이 입국 시 검역을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법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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