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차례 사기범 “구속 안해야 경찰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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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사이트서 3500만원 챙긴 5명 한달만에 검거

“출석하면 불구속 수사할 겁니까? 구속할 거면 안 나갈 겁니다.”

지난해 12월 12일 신고가 접수된 사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모 씨(20)에게 전화를 건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들은 김 씨의 황당한 요구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피의자 신분인 김 씨가 경찰에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대기업 노트북컴퓨터를 65만 원에 판다”는 글을 올린 뒤 지난해 12월 8일 이를 보고 연락한 양모 씨(33)에게서 돈만 받아 챙기고 제품은 보내지 않은 혐의였다. 죄는 비교적 가벼웠지만 경찰은 김 씨가 ‘구속 수사’를 입에 올린 데 주목했다. 여죄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계좌를 사용한 김 씨 신원을 파악하고 곧바로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한 달가량 추적한 끝에 12일 경기 평택시 모처에서 김 씨와 공범 등 총 5명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수사 결과 이들의 사기 행각은 드러난 것만 85차례나 됐다. 김 씨 등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패딩 점퍼, 카메라 렌즈 등 고가 물품을 판다는 허위 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사기를 쳐 총 3500여만 원어치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13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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