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희락, 이길범 다음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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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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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함바게이트’ 관련 이동선 前국장도 출금… “박기륜 前치안감 집무실서 2차례 돈 받아”
브로커 유씨 로비수첩 안남겨 수사진척 더뎌

이길범 前해경청장 출두 ‘함바집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12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길범 前해경청장 출두 ‘함바집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12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함바집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박기륜 전 치안감과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로부터 돈을 건네받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한 데 이어 로비자금을 받은 정황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가 확보된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들의 혐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경찰 고위 간부 줄줄이 연루


검찰은 함바집 운영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유 씨가 지난해 박 전 치안감에게 두 차례 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봄과 여름 박 전 치안감이 근무하던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사를 직접 찾아가 집무실에서 돈을 전달했다는 것. 유 씨는 한 번은 서울에서, 다른 한 번은 경기2청사 인근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농협지점에서 로비자금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지역에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많아 박 전 치안감을 통해 해당 지역 관할 경찰서장 및 정보과장을 소개받기 위해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 유 씨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검찰은 당시 유 씨와 측근인 함바집 운영업체 관계자들의 통화기록과 위치기록, 돈을 인출한 농협의 출금 명세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혐의점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이어 검찰은 유 씨가 배 전 팀장에게 지난해 3월 5000만 원을 5만 원권 뭉치 10개 형태로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 씨는 평소보다 액수가 커서 직접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지 않고 함바집 운영업체 관계자에게 지시해 로비자금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 씨와 유착됐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된 허남식 부산시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오래전 소개를 받아 유 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어떠한 그것(금품 수수)도 없었다”며 “유 씨가 주변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돌아다녔는지 모르겠으나 황당할 뿐”이라고 밝혔다.

○ 수사 발목 잡는 ‘아날로그 로비’

검찰은 유 씨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유 씨와 함바집 운영업체 관계자들의 은행 계좌 및 출금 명세, 통화기록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유 씨가 여러 은행에 복수의 계좌를 트고, 이를 번갈아가며 사용해 계좌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 씨 특유의 ‘아날로그식’ 로비도 수사 진척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로비 대상자와 금액 등을 적은 ‘로비수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유 씨의 최측근도 “유 씨가 ‘컴맹’이어서 컴퓨터 파일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며 “수첩을 갖고 다니긴 했지만 주변 인맥들의 연락처와 건설현장 시공계획 등만 적혀 있을 뿐 로비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유 씨는 60대의 나이에도 놀라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다”며 “누구에게 얼마를 줬다고 일일이 기록하지 않았지만 ‘머리’로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평소 건설 관련 전문신문 등을 통해 건설현장 책임자와 공사 계획 등을 파악한 뒤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로비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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