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9억 원 수수의혹 사건 1심 4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소개해 줘 한신건영이 수주를 추진하던 경기 파주시 H교회 신축 예정 용지의 문화재 지표조사 민원 해결을 유 전 청장과 상의했다는 이 교회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한신건영은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한만호 씨(복역 중)가 대표로 있었던 회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H교회 장로 김모 씨는 “2007년 7월 말, 8월 초 한 전 총리의 소개로 당시 유 청장을 만나 교회 신축 예정 용지의 문화재 지표조사 조기 해결을 부탁했고 그 이후 지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충남 대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한 전 총리가 전화를 걸어와 유 청장의 수행비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연락해보라고 했다”며 “다음 날 서울 중구 필동의 한식당에서 유 청장을 만나 지표조사 조기 해결을 요청했더니 유 청장이 면제신청을 빨리 접수시키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유 전 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전 총리를 통해서나 H교회에서 나와 접촉했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한 씨는 김 씨와 한신건영 전 부사장 박모 씨에게 건넸다는 5억여 원의 성격에 대해 다시 말을 바꿨다. 한 씨는 “이 돈을 H교회 신축공사 수주 로비자금으로 쓰라며 두 사람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중간전달자였고 종착역은 따로 있다”고 진술했다. 당초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던 한 씨는 2차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지 않았고, 9억 원 가운데 현금 2억 원과 27만∼32만 달러 등 5억 원가량을 박 씨와 김 씨에게 교회 신축공사 수주를 위한 사전 성과급으로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한 씨와 박 씨, 김 씨가 대질신문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말다툼을 벌였다. 한 씨가 박 씨와 김 씨에게 달러를 섞어 5억 원을 줬다고 말하자 박 씨는 “2007년 4월 18일 한 씨가 금고에서 꺼내 쇼핑백에 넣어준 현금 1억 원 이외에는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며 “이 돈은 공사 수주를 담당하는 사업개발본부 직원의 급여와 활동비로 썼다”고 반박했다. 김 씨도 “한신건영 소유 건물에 소극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영상·조명 설비비와 운영비로 2억2000만 원을 받았을 뿐 달러는 만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받은 3억2000만 원은 계좌 입금과 현금으로 건네졌다”며 “달러와 현금으로 치밀하게 세탁된 9억 원과는 별개의 돈”이라고 주장했다.
대질신문 과정에서 한 씨가 “내가 약 2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쓰라고 주지 않았냐”고 하자 박 씨는 “돈을 딴 데 갖다 주고 왜 나를 끌어들이나. 당신 천벌 받아!”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한 씨는 “검찰에서 (박 씨의) ‘간덩이’가 붓게 만들었구먼”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증인석에 앞뒤로 앉은 두 사람이 충돌 직전까지 가자 법정 경위들이 황급히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김 씨 역시 한 씨를 향해 “달러 구경도 못해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다니요. 딴 나라 갔다 오신 것 아니에요?”라고 반박했다.
한편 한 씨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또 다른 김모 씨는 이날 “한 씨와 함께 한 전 총리의 집을 한 번 방문한 것을 비롯해 한 씨를 한 전 총리 집 앞까지 모시고 가 차를 세워둔 게 다섯 차례 정도 된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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