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의 A 중학교 생활지도부장(학생부장) B 교사는 이달 초 학생 100여 명에 대한 교육을 법무부 청소년비행예방센터(대안교육센터)에 의뢰했다.
경기도교육청이 10월 5일 체벌금지를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뒤 교사의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교사에게 반항하며 욕설을 하는 등의 문제행동을 반복해 벌점이 누적된 학생들을 계도할 방법이 없어 센터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로부터 돌아온 답은 “교육의뢰 대기자들이 넘쳐나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체벌권을 잃은 교사들이 문제학생 계도를 위해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전국의 예방센터들은 심각한 교육수요 체증 현상을 빚고 있어 일선 교사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대기인원 급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이 23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교육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22일 현재 전국 5곳의 센터에 총 1237명이 대기 중이며 평균 대기기간은 두 달 이상(9.5주)이나 됐다. 올해 1월만 해도 대기인원은 410명뿐이어서 평균 3.2주만 기다리면 됐다.
지역별로는 광주 전남 전북을 관할하는 광주센터의 대기인원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월엔 3주(65명 대기)만 기다리면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11월 기준으로는 427명이 대기해 무려 5개월(21.3주)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관할하는 안산센터도 1월 대기기간 4주(229명 대기)에서 현재는 8주(420명 대기)로 늘어났다.
법무부가 2007년 설치한 예방센터는 △검사의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자 △법원이 교육명령을 결정한 자 △학교에서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교육명령이수자로 결정된 자 등이 교육대상자다.
○ 체벌 금지가 주된 원인
최근 들어 예방센터들에 교육의뢰가 쇄도하는 이유 가운데는 체벌금지를 골자로 하는 ‘학생인권조례’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영면 안산센터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년범죄 증가도 원인이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뒤 교육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의 명령에 따른 교육대기자보다 학교, 검찰의 요청에 따른 대기자가 훨씬 많이 늘어났고, 특히 진보성향의 교육감 지역인 호남과 수도권의 증가폭이 컸다. 호남지역은 아직 인권조례가 공포되지 않았지만 학교현장은 이미 그 영향권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대안센터에 교육을 의뢰할 수도 있으나 일선 교사들은 교정당국이 운영하는 센터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처럼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대기기간 중 또 교칙을 위반해 가중 처분을 받고 이에 부담을 느껴 학생 스스로 교육을 포기하고 전학 또는 자퇴”(경기도 C 교사의 전언)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의 처벌요인이 생긴 뒤 처벌 없이 8주가 지나면 교육효과가 거의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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