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발코니서 수천만원 뭉칫돈… ‘비리 백화점’ 이대엽 前시장 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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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대 양주… 명품가방 ‘와르르’

지난달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이대엽 전 성남시장(75)의 집을 압수수색하던 검찰 수사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금과 선물 꾸러미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안방에 있던 구급함과 발코니 서랍에서는 미화, 엔화 등 8000만 원 상당의 뭉칫돈이 나왔다. 포장도 뜯지 않은 고급 넥타이 300여 개와 명품 가방 30여 개도 발견됐다.

논란이 된 1200만 원 상당의 양주 ‘로열살루트 50년산’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양주는 해외 경매시장에서 5000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양주상자를 싼 포장지조차 백화점에서 20만 원에 팔리는 것이었다. 400만 원 상당의 ‘루이13세’ 코냑과 160만 원 상당의 ‘로열살루트 38년산’ 등 최고급 양주들이 이 전 시장 집에 즐비했다.

○ 이 전 시장 일가의 ‘백화점식’ 비리

2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오자성)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을 비롯해 그의 조카 등 일가 6명이 민선 3, 4기 8년에 걸쳐 각종 이권에 개입해 챙긴 뇌물 액수는 약 15억 원에 이른다. 수법도 다양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2008년 9월 판교택지개발지구 업무단지를 수의계약으로 분양받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로부터 현금 1억 원과 로열살루트 50년산 양주 1병을 받는 등 총 3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다. 또 2002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가짜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만드는 방법으로 매달 200만 원씩 받아 가로채는 등 2억5900만 원의 예산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시장의 큰조카 이모 씨(62)는 2007년 6∼11월 지역 건설업체를 성남시 신청사 시공업체 컨소시엄에 참여토록 하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이 씨의 아내 이모 씨(63)는 2007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성남시 여성공무원 2명으로부터 5급 승진 청탁 명목으로 55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인사 때가 되면 ‘작은 시장’으로 불린 이 씨의 휴대전화로 ‘충성을 맹세한다’는 공무원들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이 씨는 또 자신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조경업체에 17억5000만 원 규모의 성남시 신청사 조경공사를 맡겼다. 이 전 시장의 셋째 조카(55) 부부도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던 땅을 구입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측근 공무원들도 비리

성남시 공무원 정모 씨(54·5급)는 2005년 6월 공영주차장 계약과 함께 업체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자치행정과장을 지낸 이모 씨(50·4급)는 2008년 10월부터 7개월간 공무상 비밀인 승진 대상자 명부를 이 전 시장 큰조카에게 넘겼다. 심지어 청원경찰인 송모 씨(55)도 공무원 승진 및 건축허가 청탁 명목으로 98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성남시 비리와 관련해 총 28명을 적발해 이 전 시장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뇌물공여자 등 8명을 약식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이 전 시장 일가의 ‘백화점식’ 비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이 전 시장 자택에서 압수한 현금 및 고급 양주의 출처와 함께 차명계좌 10여 개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일가의 비리 사실이 발표되자 성남시 안팎은 허탈한 분위기다. 성남시 관계자는 “지난 8년간 권력을 잘못 휘두른 일부 정치공무원들로 인해 성남시 전체가 욕을 먹게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성남시가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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