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외곽순환路 화재로 차량 39대 훼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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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구조물 뒤틀려 오늘까지 안전진단
高架 천장 심하게 불타… 다리 안전성 우려

14일 오후 7시 반경 경기 부천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 나들목 부천고가교 구간. 13일 오후 고가교 하부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찰과 한국도로공사가 왕복 8차로 양방향 400여 m 구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 통행을 전면 차단하는 바람에 퇴근길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고 있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나들목 바깥차로에 설치된 램프(2차로)로 빠져나가 사고 구간을 지난 뒤 다시 별도 램프로 진입할 수밖에 없어 하루 종일 답답한 차량 흐름이 이어졌다. 화재가 난 고가교 구간을 사이에 두고 양방향 도로 4∼6km 구간에서 차량들이 밤늦게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평소 인천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명식 씨(42)는 “화재사고 구간을 우회하는 바람에 평소 1시간이면 충분하던 출퇴근이 2시간 이상 걸렸다”면서 “이날 오전에는 우회도로 안내 등 교통대책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체증을 부추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주차장 된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루에 차량 23만여 대가 지나가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 나들목 부근은 이날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중동 나들목은 상하행선 진입이, 계양 나들목은 판교 방향, 장수 나들목은 일산 방향 진입이 통제됐다. 이 때문에 중동 나들목을 기점으로 판교 방향은 4km, 일산 방향은 2km가량 정체가 이어졌다. 경인고속도로 인천요금소 부근도 상하행선 모두 도화 나들목에서부터 부평 나들목까지 차량들이 거북운행을 했으며, 부천 나들목에서 인천 방향으로 진출하는 차량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행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차량 통행량이 줄어드는 이날 밤늦게 계양 나들목과 장수 나들목의 통제를 풀었다가 15일 오전 다시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며 “당분간 주변 우회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로공사 측은 도로 전광판을 통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 나들목 구간 통제 사실과 부천 시내를 경유하는 우회로 안내를 했다. 또 주요 나들목과 도로 등에 안내 입간판을 설치했다.

화재사고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부천 원미경찰서는 고가교 하부 공간에 주차돼 있던 25t 유조차 운전사 송모 씨와 주차장 관리인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이 유조차의 유압펌프 부분에서 기름이 유출되면서 처음 화재가 발생해 고가교 하부구조물과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39대로 불이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송 씨가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고, 전신에 가벼운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 중이다. 화재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한 제보자의 휴대전화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나 발화 지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거나 화면 상태가 너무 흐려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감식 결과와 사고 현장에 있던 참고인들을 조사해 정확한 화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부천시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고가교 하부공간(1만3500m²)을 지난해부터 한 장애인단체가 무단 점유해 주차장이나 건축자재 적재장 등으로 불법 임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9, 10월 2차례에 걸쳐 이 단체에 원상복구 요구 계고장을 보내고, 11월에는 고발조치했으나 막무가내로 버티는 바람에 방치됐다는 것. 부천시는 도로공사와 함께 이 단체에 원상복구 명령문을 보낸 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을 부과하고, 철거를 위한 행정 대집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 차량 통행 언제 재개되나

도로공사는 현재 불이 난 고가교 구간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와 대학교수 등 전문가 16명으로 조사반을 꾸려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고가교 하부 천장이 화재에 그을리고, 철제 강판도 일부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는 도로의 노면과 하부 구조물에 변형이 생겼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해 안전성을 판단하기로 했다.

안전진단을 통해 별문제가 없으면 사고 구간의 차량 소통을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발견돼 복구공사가 필요하면 차량 통행 통제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사는 15일까지 안전진단을 진행한 뒤 구체적 복구공사 계획과 차량 통행 재개 시기 등을 이날 발표할 예정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차량 운전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14일 오후 10시부터 15일 오전 6시까지 장수, 계양 나들목의 고속도로 진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며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교통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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