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포격 후 열흘…주민 생활 안정화는 요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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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 2일로 10일이 됐지만, 피해 주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상 및 구호대책은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인천 등지로 대피한 연평도 주민을 위한 이주대책 수립은 시와 주민들 간의 의견차로 인해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간인 희생자 김치백(61), 배복철(60)씨에 대한 피해 보상과 관련, 유족과 정부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장례 일정 협의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상, 구호 대책 가속…위로금 지급 시작=중앙 정부와 인천시, 옹진군은 북한군의 포격으로 피해를 당한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보상, 구호 대책 마련과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연평도의 피해 현황을 실사하고 파손주택에 대해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피해 주민들의 생계안정을 위해 1인당 50만~100만원의 위로금을 지난달 29일 지급했으며, 시 소속 공무원 6270명이 모금한 1억원도 같은날 인천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시는 또 지난달 30일 옹진군에 예비비 15억원과 재정보전금 3억8000만원 등 18억8000만원을 긴급 지원했으며, 재산이 일정액 이하인 피해 가구에 대해 주거비와 연료비 등을 가구당 150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시는 이밖에도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 5억원을 긴급 투입, 2일부터 특별취로사업을 벌인다.

옹진군도 포격 이후 조업이 통제되고 있는 연평어장에서 당초 11월 말로 끝날 예정이던 꽃게 조업기간을 오는 31일까지 1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 1일 승인을 받았다.

●피난 주민 임시거처 마련 논의 '난항'=그러나 인천 등지로 대피한 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 수립은 아직까지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인천시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임시거처 후보지로 경기도 김포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제안했다.

연평도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이 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투표 인원 42명 중 반대 29명, 찬성 13명으로 부결시켰으며, 2일에는 식비와 공과금, 최저임금 지급 보장을 전제로 인천시내 다가구주택(400가구) 또는 김포시 미분양 아파트(155가구) 이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는 이에 대해 "행안부와 비용 문제 등을 논의해 최종 결정할 문제"라는 답변을 내놓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연평도 주민들의 임시거처 마련이 지연되면서 정부와 인천시 간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주민들을 송도로 이주시키는 안을 내놓았으나 인천시는 "송도 지역은 가격이 비싼 민영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해 엇박자를 냈다.

맹 장관은 지난달 30일에도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연수원이나 수련원을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인천시는 연평도 주민들과 김포의 아파트를 사전답사하고 임시거주 문제를 협의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찜질방 생활 10일째…지쳐가는 연평 주민들='전쟁의 공포'를 체험한 뒤 짐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육지로 피신한 연평도주민들은 길어지는 찜질방 생활에 지쳐가는 모습이다.

수백명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가 이주대책 수립도 지지부진해 언제쯤 찜질방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피난 주민들의 막연함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민 김모(35)씨는 "포격 후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서해 긴장 상황은 여전하다고하니 불안하다"면서 "언제쯤 돌아갈 수 있다는 기약도 없이 인천에서 지내려니 괴롭다"라고 말했다.

이모(53·여)씨도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밤에도 소음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잔다"면서 "피로가 누적돼서 몸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민간인 희생자 유족-정부 의견차…장례 일정 못 잡아=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김치백(61)씨와 배복철(60)씨의 유족들은 아직까지 장례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유족 대표들과 인천시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1일 오후에도 고인들의 분향소가 차려진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2시간 가까이 장례일정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시와 유족들은 장례 방법과 장지, 추모비 건립 등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으나, 위로금에 관해서는 의견 차이가 커 구체적인 장례 일정을 당장 확정하기는 여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족들이 애초 요구한 의사자 인정은 최근 옹진군이 보건복지부에 직권으로 의사자 인정 신청을 한 상태로, 현재 복지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선원들 불만 팽배…"우리는 어쩌라고"=연평도 주민들을 위해서는 각종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순식간에 생활 터전을 잃은 연평도 선원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연평도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대부분 외지인으로, 연중 8~9개월은 연평도에서 일하고 나머지 3~4개월은 인천에 있기 때문에 연평도에 주소지를 두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상 대책은 대개 연평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들 선원은 논의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는 실정이다.

꽃게잡이 닻자망 어선을 타는 김모(49) 선장은 "정부와 인천시에서 연평도 주민을 위한 대책은 강구하고 있지만 연평도 앞바다가 일터인 선원들의 이주, 생계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현재 논의조차 없는데 앞으로 대책 마련이 쉽겠냐"라며 고개를 떨궜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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