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청 떨어지는 소리 나더니 순식간에 목에 파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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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익~꽝! 귀청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입에서 피가 나고 목에서는 피가 솟구쳤어요. 그러고서 정신을 잃었어요."

23일 오후 북한군의 연평도 해안포 사격으로 중상을 입고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김지용 상병(21). 그는 북의 도발로 아수라장이 됐던 당시 사고 순간을 어머니 문정자 씨(47)와 작은아버지 김영길 씨(37)에게 이렇게 전했다.

다음은 이들이 김 상병에게 전해들은 당시 사고 순간이다. 23일 오후 3시30분 전후 김 상병은 북의 해안포 사격 도발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22) 등 휴가자들을 선착장으로 배웅하고 차량을 타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갑자기 고막이 찢어질 듯 '꽝'하는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 폭발진동으로 땅이 흔들리는 것을 몸이 직감했다. 순식간에 먼 발치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주변을 돌아보니 마을 주민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의 도발임을 직감한 김 상병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민들을 차에 태우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곧바로 부대로 복귀해 상황을 파악해보니 부대 안도 비상 상황이었다.

상급 부대로 사고 상황을 보고하느라 부대 간부는 물론 부대원들이 이리저리 바삐 몸을 움직였다. 그러는 도중 북의 2차 포 사격이 가해졌고 갑자기 '꽝'하는 폭발음이 들리며 부대 안에 포탄이 떨어졌다.

순간 온몸이 저리며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더니 시야가 흐려졌다. 입에선 피가 나고 목구멍에선 피가 솟구쳤다.

옆에 있던 간부 한명이 파편상을 입은 목 부위의 피를 멈추게 하기 위해 목을 누르며 지혈을 했다. 오른쪽 몸 부위 손과 발을 목 할 것 없이 많은 파편이 박혔다. 손가락은 부러졌고 목 부위는 기도가 연결되는 부위까지 찢어졌는지 피가 계속 솟구쳤다.

쓰러지고 얼마 지났을까. 북의 포 사격이 멈췄고 부대 안 장병들은 부상한 김 상병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김 상병은 군 함정을 이용해 다른 부상 장병들과 함께 평택 2함대까지 후송됐다.

이후 다시 헬기편으로 옮겨져 밤늦게 성남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후송된 김 상병의 상태를 보고 곧바로 파편 제거 등을 위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4시 30분까지 이어질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된 김 상병은 이날 오후 3시 가량 돼서야 국군수도병원 4층 병동에 있는 5인실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이 병동은 23일 오후 북의 도발로 부상한 다른 연평부대원들과 함께 치료를 받고 있는 곳이다.

김 상병의 어머니 문정자씨는 "아들이 사고 당한 시각이 오후 3~4시 경인데 오후 8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군의 대처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어 "배편으로 옮기느라 응급조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작전상황이라 헬기를 띄울 수 없었다는데 생사기로에 선 응급환자 이송에 헬기를 이용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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