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진로관련 활동 양보다는 질, 지속적으로”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입학사전관 전형 새 변수 ‘창의적 체험활동’
초중고 봉사-동아리 활동 등 내년부터 크게 활성화
교사 승인 거쳐 온라인시스템 ‘에듀팟’에 기록…대학입시때 진정성 평가할 중요자료 될 듯

내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 학교 현장에 본격 도입됨에 따라 체험 중심의 교육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신상중 1학년 
학생들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월 서울 도산공원 내 도산 안창호 기념관을 견학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 신상중
내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 학교 현장에 본격 도입됨에 따라 체험 중심의 교육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신상중 1학년 학생들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월 서울 도산공원 내 도산 안창호 기념관을 견학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서울 신상중
《내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 전국의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전면 시행된다. 올해부터 대학 입시에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들의 내신이나 수능 성적보다 창의적 체험활동 같은 비교과 활동을 더 큰 비중으로 반영하기 때문. 올해 특수목적고 입시에 도입된 자기주도 학습전형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궁금하다. 무엇이 우수한 창의적 체험활동일까? 자녀에게 창의적 체험활동을 잘 지도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이들 궁금증에 대해 C1, 2면에 걸쳐 알아본다.》
○ 학교, 어떻게 변하나?

창의적 체험활동에 배정된 수업 시간은 초중학교는 주당 3시간 이상, 고교는 주당 4시간 이상이다. 고교의 경우 기존의 주당 2시간에서 2배 늘어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턴 학교 현장에 교외에서 이뤄지는 체험 중심의 수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학생들이 해당 장소를 관람하고 이를 포트폴리오로 기록하는 방식의 체험학습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주제탐구형 현장체험학습’이라는 측면에서 수련활동, 소풍 등 일회성 행사와 차별화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3월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선도학교’로 지정한 부산남고의 운영사례를 보면 이러한 미래 교육방식의 모습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부산남고는 매년 1학년 신청자를 대상으로 ‘지역문화재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지역 전통문화재 및 자연생태학습장을 탐사한다. 이후 조별로 나뉘어 탐구 주제를 정하고 실험, 토론 등의 방법을 활용해 탐구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모든 과정과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발표해야 한다.

교내 동아리 활동도 더 활성화될 예정이다. 역시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된 대전 대성중은 기존의 교내 계발활동(CA)과 연계한 자율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교생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4시간 및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 동아리 종류도 ‘통가죽공예 동아리’ ‘영어동화 구연 동아리’ 등 총 23개에 달한다.

봉사활동 역시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마련하는 체험 중심의 봉사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우수한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 관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온라인 시스템 ‘에듀팟(www.edupot.co.kr)’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활동한 내용을 교사의 보완 및 승인을 거쳐 에듀팟 홈페이지에 기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좋다. 사설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이나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것보다 교내에서 진행되는 과학의 달 행사, 각종 체험활동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에듀팟 홈페이지에선 자신의 활동 내용을 서술형으로 자세히 작성해야 하기 때문. 이 내용은 대학별 입학사정관들에게 진정성 있는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중구난방으로 무조건 많이 하는 것보다,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일관성 있는 활동으로 채우는 것이 좋다. 지속적인 활동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독거노인을 방문해 같이 대화를 나누고, 고아원에 들러 청소를 했다. 거리 벽화 그리기 활동에도 참여했다’는 학생보다 ‘나는 동네의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1년 간 매주 토요일 아침 골목길을 빗자루로 쓸었다. 길이 깨끗해져서인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횟수가 잦아드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는 식의 활동 기록을 가진 학생이 더 매력적이다. ▶ C2면에 계속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설한 ‘창의체험통합정보넷’ 사이트는 다양하고 검증된 체험활동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한다. 목록을 클릭하면 체험활동 목적, 체험장소로 가는 교통편, 홈페이지 주소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가정통신문 소개 행사 꼼꼼히 확인… 자녀와 함께 적극 참여를

○ 자녀의 창의적 체험활동, 부모는 어떤 도움 줄 수 있나?

그렇다면 자녀가 창의적 체험활동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부모는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우선 학교에서 오는 가정통신문을 꼼꼼히 확인하자. 가정통신문에 소개된 걷기대회, 국토순례 등 외부 행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학교장의 승인 아래 안내되는 것이므로 ‘검증된’ 창의적 체험활동인 셈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시스템 보급을 위한 선도위원으로 활동 중인 서울 여의도여고 한명선 교사는 “다양한 단체들이 학생참가를 요하는 행사에 대해 학교로 공문을 보내오면 학교는 이를 가정통신문을 통해 안내한다”면서 “이런 행사에 자녀와 함께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교육현장에 본격 도입되는 것은 내년부터다. 이런 이유로 아직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 준비가 미비한 학교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교과부가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유익한 창의적 체험활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사이트 ‘창의체험통합정보넷(www.crezone.net)’을 활용해 보자. 이 사이트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정보를 자원, 대상, 날짜, 영역, 과목, 부처별로 자세히 제공한다. 또 커뮤니티 메뉴를 따로 마련해 학생 간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참여 뿐 아니라 기록도 중요하다. 창의적 체험활동 계획부터 체험 후 활동내용 기록까지 자녀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 우선 창의적 체험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자녀와 그날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예컨대 ‘오늘 참여한 활동이 무엇이지?’ ‘활동을 하며 무엇을 배웠니?’ ‘활동을 마친 후엔 무엇을 느꼈니?’ 같은 질문을 하는 것.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녀는 활동 내용을 에듀팟 홈페이지에 기록하거나 보고서로 작성하기 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머리 속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록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에듀팟 홈페이지에 활동을 입력할 땐 ‘활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구체적인 활동 내용과 활동 후 소감’을 작성할 수 있다.

서울 신상중 1학년 오정아 양(13)은 얼마 전 학교에서 진행한 ‘북악산 서울 성곽길 걷기’ 체험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후기를 작성했다. 인솔교사를 따라 약 3시간 반 동안 4.3km가량의 성곽길을 걸으며 ‘숙정문’과 ‘1·21사태 소나무’ 등 역사적 명소에 관한 설명을 들었던 활동 내용을 밝힌 뒤 북악산 성곽길에 대한 개요, 성곽길을 걸을 때의 느낌 등을 상세히 적었다. ‘1·21사태 소나무는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침투해 우리 군과 총격전을 벌일 때 총탄 15자국이 남게 되었다’처럼 활동 시 배운 내용도 같이 써 넣었다. 그는 이렇게 쓴 보고서를 체험활동 시 찍은 사진, 교사의 설명을 받아 적었던 활동지와 함께 파일에 끼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이 학교 박영일 연구부장은 “창의적 체험활동은 단순히 하루 체험하고 끝나는 식의 활동이 아니라 이후의 기록 활동까지 포함한다”면서 “활동사진을 글과 함께 기록해 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